[청와대路] 임기말 문대통령에게 필요한 것-② 관리하라

구교운 기자 2021. 1. 2. 0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권, 임기 말 대통령 측근비리·권력형 범죄로 레임덕 가속
"옵티머스 등 사건 수사, 막거나 무마하려는 인상 주면 레임덕"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7년 1월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공판을 마친뒤 나서고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1987년 대통령 단임제 도입 이후 탄생한 역대 모든 정권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상황을 겪었다. 특히 정권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친인척과 측근의 권력형 게이트는 레임덕의 기폭제가 됐다.

'87년 체제'의 첫 정부인 노태우 정부는 집권 4년차인 1991년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이 터졌다. 당초 특별공급이 불가능했던 수서지구 택지가 26개 특정 조합에 특혜 공급되는 과정에서 청와대, 국회의원, 건설부 관계자들과 한보그룹 사이에서 뇌물이 오간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대검 중수부는 수사에 나서 장병조 청와대 비서관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국회 건설위원장인 오용운 민주자유당(당시 여당) 의원 등 국회의원 5명을 구속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2월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과했지만 레임덕을 피하지 못했다고 결국 민자당을 탈당했다.

이어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도 집권 4년차인 1996년 장학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7개 기업에서 27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1부의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듬해엔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의 비리가 터졌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게 되자 자기자본이 2200억원에 불과한 한보가 5조7000억의 부실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보그룹이 불법대출을 받는 뒷배경에는 정태수 회장과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관계가 있었고, 정 회장의 뇌물을 받은 정치인 명단인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에는 김씨가 있었다. 김씨는 정 회장으로부터 66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후 IMF구제금융 사태까지 터졌고, 결국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대중 대통령도 집권 4년차인 2001년부터 각종 게이트에 휘말렸다. 1987년 홍콩에서 부인을 살해한 뒤 간첩사건으로 위장하고 14년 간 은폐한 '윤태식 게이트', 여권 인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대고 230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은 '진승현 게이트', 680억원 횡령이 드러난 '이용호 게이트'가 터졌다.

여기에 김 대통령의 세 아들들이 줄줄이 비리에 휘말리는 이른바 '3홍 게이트'를 겪으며 김대중 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에 김 대통령은 2002년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침통한 심경"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집권 2년차인 2004년 친형인 노건평씨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건평씨는 땅 투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집권 4년차인 2006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에 노무현 정부 실세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을 강조했던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남겼다.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엔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연루된 '신정아 게이트'까지 터졌다. 결국 노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2009년 최측근으로 불린 추부길 전 기획비서관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3년차엔 이 대통령의 절친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45억여원의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만사형(兄)통'이란 신조어를 낳았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2012년 저축은행으로부터 7억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금품 수수 혐의 구속 사태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2016년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비선실세 의혹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확대됐다. 박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돼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고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딸의 승마훈련 지원,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으로 수백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 News1 허경 기자

우리나라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이 이권이나 인사를 대가로 이득을 취하는 범죄가 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역대 검찰은 정권 초 '죽은 권력' 비리 수사에 집중하며 현 정부의 신임을 얻고,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의혹을 쌓아두다 정권 말이 되면 이를 캐비닛에서 꺼내 터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결벽증'이라고 할 만큼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과거 정부와 같은 비리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여권 내부의 시각이다. 현재까지 특별한 전조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1년5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주변에서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현재까지 제기된 옵티머스·라임 사태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 관련 의혹을 의구심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검찰의 반발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문재인표' 검찰개혁 방안을 강력하게 몰아붙였던 만큼 새로운 측근 비리가 불거지거나 관련 수사가 의혹을 남긴 채 끝날 경우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정권 비리를 덮으려고 했다'는 비판과 함께 개혁 추진의 정당성은 퇴색하게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아직까지 친인척 비리가 드러난 게 없기 때문에 임기 말에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현재 수사 중인 옵티머스 사태 등 사건을 검찰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공수처가 출범했다고 옵티머스 등 사건 수사를 방해하거나 무마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레임덕이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다"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 정권이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나올 경우 레임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