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문학장관?' 추미애의 '시' 활용법.."더럽히지마" 비판도

김지영 기자 2021. 1. 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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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치권에서 이슈 메이커 중 한 사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개혁' 추진 과정의 발언은 수많은 논란을 빚었는데, 특히 중요한 의제를 밝힐 때 시와 책, 영화 등의 유명 문구를 인용해 주목받았다. 직설보다는 함축적 의미를 담으려는 장치로 보이지만,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거나 작품을 망친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추미애의 '시' 활용법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와 문재인 대통령 재가 과정에서 추 장관은 시를 인용했다.

먼저 지난 15일에는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을 인용했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육사의 외침!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라며 "꺾일 수 없는 단단함으로 이겨내고 단련돼야만 그대들의 봄은 한나절 볕에 꺼지는 아지랭이가 아니라 늘 머물 수 있는 강철 무지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적었다.

또 "낙엽진 은행나무는 벌써 새봄에 싹 틔울 때를 대비해 단단히 겨울나기를 하겠다는 각오"라고 쓰고 "그저 맺어지는 열매는 없기에 연년세세 배운대로 칼바람 속에 우뚝 나란히 버티고 서서 나목의 결기를 드러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구절은 시가 발표된 1940년 일제강점기 시대를 반영,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받는다. 추 장관 역시 윤 총장의 징계위를 둘러싼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 검찰개혁이라는 열매를 맺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사의 표명 후 정호승의 '산산조각' 인용…책·영화로도 검찰개혁 의지 피력
추 장관은 사의 표명 후 심경 글에도 시를 인용했다.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쓰면서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전문을 올렸다.

책과 영화를 인용한 사례도 여럿이다. 이달 14일에는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호세프 지우마를 다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를 봤다며 "재벌과 자본이 소유한 언론, 검찰의 동맹 습격으로 탄핵을 당했다"고 비평했다.

지난 9일에는 국회 본회의에 참석, 공개석상에서 이연주 변호사가 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기도 했다. 추 장관은 "아직 검찰이 일그러진 자화상 보기를 회피하는 한 갈 길이 멀다는 아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웬만한 용기 없이 쓰기 쉽지 않은 검찰의 환부에 대한 고발성 글이기에 저자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시 한 수 드립니다"
추 장관의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문학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과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추 대표는 국민의당을 비꼬면서서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를 인용했다.

추 장관은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시 한 수 드립니다"라며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거라고!"라고 적었다.

또 당시 여름휴가 중에도 페이스북에 정호승의 시 '나무에 대하여' 한 구절을 올리며 "너무 쉬운길을 가려하지 말자"고 썼다. 자신을 시 안에 '고통의 무게를 견딜줄 알는 굽은 나무'에 빗대 심경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야권 "시 더럽히지 마" 비난도
문학을 인용의 횟수는 많지만 적절하게 전달됐는지는 평가가 다양하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전 의원은 17일 추 장관을 향해 "그 시를 더럽히지 말라. 추미애 장관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이젠 문단개혁 나서려고 하는지 참으로 가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일은 윤동주 서시까지 읊조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국민의당 소속 김근식 교수도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이 인용한 시들은)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인내와 버팀의 위안이 되었던 시"라며 아름다운 시를 더럽힌다"고 적었다. 이어 "무도한 가해자이자 법치주의의 파괴자인 추 장관이,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희생자인 척하며 입에 올려 더럽혀서는 안 되는 시"라고 덧붙였다.

2017년에도 박지원 당시국민의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장관의 시를 활용한 발언을 두고 "집권 여당 대표가 자꾸 싸움질만 걸어온다"고 평가했고 당시 같은 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추 대표가 막말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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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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