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교도소 ‘코로나 폭동’

금원섭 논설위원 2021. 1. 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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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 중인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의 모습. 2021.1.1/연합뉴스

영화 ‘카란디루’는 1992년 브라질 교도소 폭동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교도소 환경은 말 그대로 비인간적이었다. 3평이 안 되는 방에 16명까지 밀어넣었다. 에이즈(AIDS)를 비롯한 치명적 전염병에 재소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됐다. 칼과 파이프로 무장한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교도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군 병력이 투입되고, 군견이 풀렸고 총탄이 날았다. 111명의 재소자가 사망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교도소는 코로나 확산 조건인 밀집·밀접·밀폐 ‘3밀’이 극한 수준이다. 작년 4월 엘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수백 명을 굴비 꿰듯 한자리에 모아둔 사진이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속옷 하의만 입은 채 앞뒤로 몸을 맞대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뒷사람 얼굴이 앞사람 뒤통수에 닿을 정도였다. 마스크 없이 고개를 들고 가쁜 숨을 내쉬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조건에서 코로나가 빠르게 번지지 않는다면 그게 기적일 것이다.

/일러스트

▶그런 이유로 각국에서 재소자 폭동이 속출했다. 이탈리아의 한 교도소에선 가족 면회 금지에 불만을 품은 재소자들이 간수들을 제압하고 옥상으로 뛰쳐나와 “리베르타(liberta·자유)”라고 외쳤다. 베네수엘라에선 재소자들이 약과 음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폭동을 일으켰다. 재소자 47명이 죽고 교도관 포함 75명이 다쳤다. 스리랑카에서도 재소자들이 교도소에 불을 질렀다. 탈옥을 시도한 이들도 있었다. 발포로 8명이 죽고 55명이 다친 뒤에야 소동이 끝났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에 근접하면서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출소한 이는 “지옥” “폭동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역시 ‘3밀'이 분노를 불렀다. “4명이 쓰던 5평 방에 9명까지 몰아넣었다”고 했다.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엔 마스크도 주지 않았다. 수용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늘’ 같은 구치소 직원들에게 ‘너희들 때문에 코로나에 걸렸다’고 대들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코 푼 휴지를 던지고 침도 뱉었다. 직원들은 수용자 사동에 들어오는 것을 피했다고 한다.

▶동부구치소는 법무부 관할이다. 추미애 장관은 첫 확진자 발생 후 한 달 넘게 지나서야 “송구하다”고 했다. 그동안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부분을 먼저 무너뜨린다”고 한 사람이 바로 추 장관이다. 가장 약한 사람부터 지켜주라는 게 인권 보호 제1원칙이기도 하다. 그렇게 잘 알면서도 안 지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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