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용기·배려·반성.. 10권의 책, 10개의 美德

곽아람 기자 2021. 1.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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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올해의 저자'가 2021년에 권하는 책
/일러스트=박상훈

“책 속에 길이 있다.”

유튜브의 시대에도 변함없이 이렇게 믿는 이들이 있다. 유독 힘겨웠던 한 해를 지우고 2021년에는 책이 희망의 불빛이 되어줄 거라 믿는 사람들.

당신을 위한 새해 길잡이 열 권을 소개한다. 인간의 탐욕·오만·이기심을 반성하는 진지한 고전부터, 신년에는 달리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발랄한 가이드까지. 코로나로 ‘돌밥’에 지친 주부들을 위한 격려와 제안부터, 완고한 법복에 가려진 따스한 심장을 감각할 수 있는 가정법원 판사의 고백록까지. 코로나 팬데믹과 모호해진 정의로 2020년은 무효였다고 분노하는 사람들을 위한 2021년의 제안이다. 흰 소의 해를 건너기 위한 10권의 신년 Books. 조선일보 Books가 선정한 ’2020 올해의 저자' 6명과 북칼럼 필진 4명이 한 권씩 골랐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유튜브 스타가 왜 종이책 내려하나

김성우·엄기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강양구 과학 저널리스트

제목만 보고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문자 매체(책)를 무조건 옹호하면서 영상 매체(유튜브)를 폄훼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둘을 어떻게 활용해야 삶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을지 모색한다.

이 책을 읽고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유튜브 스타도 (대필 작가를 써서라도) 자기 이름의 책을 내려고 할까?’ 그것은 읽고 쓰는 일이 여전히 보고 듣는 일보다 권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좋은 삶을 위한 도구로 읽고 쓰고, 듣고 보는 일을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새해에 이 책을 함께 읽자고 권하는 이유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法臺에 앉은 섬세한 영혼의 고백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김동조 트레이더

법원에는 거짓 화해와 일방적 희생, 선의에서 비롯된 불법 같은 온갖 모순이 난무한다. 악몽이 이어질 것만 같다. 저자의 글은 재판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한 섬세한 영혼의 고백이다. 소년법원 이야기를 읽다 많이 울었다. 많은 소년범의 보호자가 숨지거나 가출해 곁에 없다. 환경이 나쁘다고 누구나 죄를 짓진 않지만, 가난과 폭력이 일상인 삶에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진심으로 선처한 아이들이 거의 모두 재범해 돌아올 때, 그는 고심해 내린 결정이 누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법원이 이슈의 중심인 요즘, 2021년의 책으로 권한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무서워라!”… 조셉 콘래드가 경고한다

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

김숨 소설가

“인생이란 좋든 싫든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야 하는 희비극-꿈은 많고 행복의 빛을 드물며, 약간의 분노에 환멸이 더해지고, 고통의 세월 뒤에 끝이 오는 것이지요.” 요제프 코르제니오프스키(조셉 콘래드의 본명)가 콩고로 출발하기 전 고모에게 보낸 편지 속 글이다. 그리고 닿은 식민주의시대 콩고에서 콘래드가 본 것―인간의 탐욕, 오만, 이기심. 그리고 그가 기록한 것―슬픈 계시와 예언, 경고.

재앙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일까. 소설 말미, 종말의 순간에 인간이 외치던 소리 들리는 듯하다. “무서워라! 무서워라!” 내가 이 책을 고른 건 인간과 문명에 대한 통찰 뒤 새해를 맞고 싶어서일까.

풍경빌라/김보배

풍경빌라 6가구의 살림을 보라

김보배 ‘풍경빌라’

백희나 동화작가

녹색 타일과 분홍색 기와로 마감한 3층짜리 풍경빌라에는 101호부터 302호까지 여섯 가구가 살고 있다. 비슷한 구조의 방이지만 각자의 취향과 성격이 담긴 가구와 물건을 통해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는 그림책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생각할 시간과 여운을 주는 책이다.

같은 작가의 그림책 ‘나만 혼자’도 권한다. 감염병 유행 시기라 더 마음에 들어오는 책들이다. 독립출판물을 내며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작가, 한 해를 견딜 용기와 독립심을 건네받는 느낌이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대리모 양성소’를 아십니까

조앤 라모스 ‘베이비 팜’

정세랑 소설가

극상류층을 위한 가상의 대리모 양성소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아주 날카롭다. 저자는 필리핀서 이민해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여성이다. 수년간 금융 분야에서 일한 뒤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된 라모스는 언론인으로서의 소양을 완벽하게 활용한다. 필리핀 이민자 싱글맘인 대리모 제인, 백인이라 특혜 받는 대리모 레이건, 사업을 총괄하는 중국계 메이, 대리모 에이전트 아테까지 가까이 있어도 다른 구조에 속한 여성들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완전한 픽션이면서 동시에 현실 세계의 가려진 면을 보게 해주는 근사한 작품을 새해에 만나보시길 권한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엄마는 집에서 놀지 않는다

정아은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왜 엄마들은 하루 종일 가사를 하고도 ‘집에서 논다’는 소리를 듣는가.” 모든 문제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저자는 전업주부의 눈으로 마르크스, 베블런, 지멜 등 사회과학의 고전을 다시 읽다가, 그들의 시각이 결국 남성의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가령 해방의 서사인 ‘자본론’에서도 여성의 가사노동은 착취되는 노동의 범주에서 제외되어 있다. 대가를 지불할 필요 없는 일종의 ‘공유재’로 여겨진 것이다. 책이 여성의 시각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아들 등 여러 눈을 빌려 다면적 이해를 도모하며, “살림과 육아라는 생의 축제에 대한 지분을 남녀가 합심해 고르게 재분배”할 것을 주장한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새해엔 달리겠다고 결심한 당신에게

김성우 ‘마인드풀 러닝’

박소령 퍼블리 대표

1년 반 전 달리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일이란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지만, 달리기는 의지로 기록이 좋아질 수 있다. ‘멘털 관리’에 이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었다. 새해 결심으로 운동을 꼽은 분이 많을 것이다. 실내 운동이 어려운 지금, 달리기는 최고의 선택이다.

달리기 전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혈혈단신으로 케냐에 가 달리기를 하고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다. 달리기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 주고 성숙한 인간으로 만든다. 신체적 조건이 전부가 아니며, ‘성격, 집중력, 헌신, 평정심, 동기’가 달리기를 즐겁게, 오래 하는 데 중요하다. 책의 제목은 ‘마인드풀 러닝’이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팬데믹은 2021년에도 멈추지 않는다

네이선 울프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우석훈 성결대 교수

새로운 한 해도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다. 겨울이 올 때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해외 관광은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다. 바이러스나 팬데믹과 관련하여 여러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팬데믹 입문서’는 네이선 울프의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였다. 인류학 공부를 했던 생물학자가 쓴 책이라 문장이 매끈하고 가독성이 높았다.

그는 ‘인간 모두를 감염시키는 병원체’ 정도로 팬데믹을 정의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을 신년에도 꼭 쌓아야만 하는 이유는 팬데믹이 이제 주기적으로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조리 돌림’ 문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조너선 하이트·그레그 루키아노프 ‘나쁜 교육’

장강명 소설가

상대에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딱지를 붙인 뒤 집단적으로 공격하고 조리 돌려 항복을 받아내는 문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와 변호사이자 교육 운동가인 그레그 루키아노프가 함께 쓴 ‘나쁜 교육’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답안도 제시한다. ‘덜 너그러운 세대와 편협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현상이 세대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의도는 좋아도 결과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진단이 담겼다. 저자들은 스마트폰과 안전제일주의 양육을 원인으로 본다. 미국 상황을 주로 다루지만, 한국이라고 다른 것 같지 않다.

새해에 권하는 책 10

“최고의 백신은 돌봄과 배려”

마르타 자라스카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장동선 뇌과학자

코로나19로 힘겨웠던 한 해가 지나가고 밝아온 새해에 가장 간절한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바로 ‘건강’이 아닐까 한다. 2020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나이 듦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이 책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배려의 마음을 높이는 것이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줄여주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높다고 한다.

언컨택트의 시대라지만 나 혼자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이웃으로 넓혀가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건강 비법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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