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동물원에 갇힌 어린 코뿔소.. 다시 초원을 누빌 수 있을까
마지막 코뿔소
니콜라 데이비스 지음|이종원 옮김|행복한그림책|40쪽|1만3000원
1975년, 멸종 위기의 북아프리카 흰코뿔소 5마리가 보호 목적으로 유럽 한 동물원에 보내졌다. 당시 두 살이던 수컷 ‘수단’이 2009년 암컷 두 마리와 아프리카로 돌아왔지만 자연 번식은 실패했고 수단은 2018년에 죽었다. 남은 암컷 두 마리가 죽으면 북아프리카 흰코뿔소는 지구에서 사라진다.
세상은 예쁘고 반짝반짝한 것으로 가득하지 않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도 세상의 절반쯤을 엄연히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에 동물들이 죽어가는 현실도 그런 경우. 수단의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밀렵과 멸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주제 의식이 뚜렷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책은 교훈적이거나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드러내지 않는다. 동물을 보호하자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대신, 이야기는 동물원에 갇혔던 어린 코뿔소가 초원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마무리된다. 어린 코뿔소는 그곳에서 다른 코뿔소 친구들과 만난다. 현실에서도 수단의 친척뻘인 남아프리카 흰코뿔소 1만여 마리가 야생에 생존하고 있다. 냉동 보관한 수단의 정자를 인공수정해 종(種)을 복원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동물학을 전공한 저자의 첫 그림책이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동물을 연구한 전문가의 면모가 성실하고 사실적인 동물 묘사에서 묻어난다. 어떤 그림에는 저자의 메시지와 인용 문구가 태국어·중국어 같은 여러 나라 언어로 적혀 있다. 즉각적으로 해독되지 않는 문자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중 하나인 환경 운동가 폴 호컨의 연설문. “지구를 살리는 일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잊어버리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미루지도 말자.”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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