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보, 금융공기업 최초로 직무 따라 급여 차등

윤진호 기자 2021. 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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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 개선책으로 도입, 공공기관 336개 중 2% 불과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예금보험공사가 직무급제를 도입한다. 직무급제는 근속 연수나 직급이 아닌 업무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임금 체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 노사는 지난달 23일 직무 중심으로 보수 체계를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예보는 전체 연봉에서 직무가 반영되는 임금 비중을 확대하는 원칙에 합의하고, 직무급 비중 등 세부 사항은 노사가 추후 조율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코로나 여파로 2020년도 신입직원들의 입사식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있다./뉴시스

직무급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기관 방만 운영을 막자는 취지로 내세웠던 공약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336개 공공기관 중 한국재정정보원 등 5곳만 직무급제를 도입했을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특히 금융노조의 강한 반발로 금융공기업 중에선 도입에 성공한 곳이 없었다.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 수준이 결정되는 호봉제가 열심히 일할 동기를 없애는 낡은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금융권은 유독 호봉제를 채택하는 비율이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금융업종 호봉제 도입 비율은 66.3%로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금융사 3곳 중 2곳은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로 호봉제 도입 비율이 높은 전기·가스업종(43.3%)과도 차이가 크다.

한 30대 금융공기업 직원은 “출근해서 전화만 몇 통 하다가 퇴근하는데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월급이 나보다 두 배나 되는 선배들이 적지 않다”며 “임금 체계를 바꿔야만 일하는 분위기가 생긴다는 데 공감하는 직원들이 많지만 몇 년째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임금 체계 개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금융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2016년 IBK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지만, 노조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소송에서 노조 동의 없이 취업 규칙을 바꿨다는 이유로 패소했고, 호봉제로 돌아왔다.

같은 해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노사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이후 주금공 노조는 금융노조에서 탈퇴해야 했다. 2019년 주금공의 새로운 노조는 호봉제를 지키겠다고 선언하며 금융노조에 재가입했고, 여전히 임금 체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 노사가 합의했지만 과거 주금공 사례처럼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이 직무급제 도입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돈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방식을 확정하면서,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에 2점(100점 만점)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영평가점수 1점 차이로 기관 평가 등급이 달라지며, 예산이나 연말 성과급이 확 차이날 수 있어 직무급제 도입을 좀 더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금공은 현재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고, 자산관리공사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보수 규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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