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객관적 미술은 불가능해
[경향신문]
“버니 로저스는 왜 인기가 있을까요?” 동료 큐레이터가 물었다. 주변의 젊은 작가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그 물음에 이끌려 작가의 웹사이트를 뒤적인다.
그의 작업은 대부분 구체적인 사건과 문헌적 근거를 바탕에 두면서도, 새로운 감성을 장착하고 있다. 인터넷의 커뮤니티, 텔레비전 쇼, 뉴스, 예술사, 문학처럼 의지만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스 안에 오래 머물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자기의 언어로 정리한다. 작가의 매우 사변적인 선택은 사물과 공간의 세계에 잠들어 있는 정서적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기억, 공동체, 우정, 정서, 정체성 같은 이슈에 닿는다.
“나는 왜 내 과거의 것들을 더 사랑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어렸을 때 무언가를 사랑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체의 과거는 어떨까. 개인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생각을 투영해 역사를 만나고 세상을 이해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없는 나는, 나로서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으니, 세상의 모든 사유는 주관적이고, 객관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리고 버니 로저스는 객관으로 수렴될 수 없는 주관의 사변적 세계를 모호하게, 담담하게 떠돈다.
온·오프라인의 세상을 자유롭게 오가지만, 두 세계의 괴리감을 작업의 정체성으로 과시하지 않고, 아바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창한 의미와 명분을 부여하지 않는 로저스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어린 시절부터 넷으로 연결된 컴퓨터 세상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어떤 설명 없이도 경계 없는 선택들이 당연해 보이는 이 예술가는 ‘객관’의 세계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에서 자유롭다. 다른 예술가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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