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지은 ‘꿈의 궁전’, 그 안에 담긴 보들레르의 이야기
그 창의 구멍 속에서 인생이 숨 쉬고”
시의 힘으로 나는 다시 시작한다
오생근 편역|문학판|512쪽|1만8000원
오생근 서울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프랑스 현대시의 걸작을 선별해 번역했다. 시집 ‘악의 꽃’을 낸 샤를 보들레르부터 샹송 ‘고엽’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들의 대표작을 유려하게 번역했을뿐더러 원문과 대조해 한 줄 한 줄 그 의미를 풀이한 해설이 저마다 에세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남다른 특징은 보들레르의 서정시와 산문시를 비교하고 해설한 것. 보들레르의 시 ‘풍경’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높은 곳 나의 다락방에서/ 나는 바라보리라’ 하며 창밖의 도시 풍경을 응시하는 시인이 상상력으로 ‘꿈의 궁전’을 짓는 것을 노래했다. 오 교수는 “도시의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요소들이 도시인의 내면에 모순되고 굴절된 형태로 나타나듯이, 시인의 ‘꿈의 궁전’에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인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들이 부조리한 논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시인이 창문을 매개 삼아 상상력을 펼치는 데 주목해, 그 시인의 산문시 ‘창(窓)들’도 나란히 옮겼다. 시인은 ‘촛불에 의해 밝혀진 창문만큼, 깊고, 신비롭고, 풍요롭고, 어둡고, 동시에 빛나는 대상은 없다’면서 ‘어두운 창이거나 반짝이는 창이거나 그 창의 구멍 속에서 인생이 숨쉬고, 인생이 꿈꾸고, 인생이 괴로워진다’고 노래한 것. 오 교수는 “보들레르는 현실의 사실성보다 현실을 넘어서 꿈꾸고, 사실을 변형하는 상상력을 중요시한 시인임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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