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람 간 전염 안 된다"는 말이 비극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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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계속된 팬데믹은 일상의 모든 걸 바꿨다.
더구나 바이러스의 정체를 거의 파악하지 못했던 초창기, 각국 정부 사회 개인은 바이러스와 맞닥뜨린 모든 상황을 알아서 해결하고 생존해야만 했다.
싸움은 지금도 진행 중이기에 이 거친 기록들은 더없이 소중하다.
1월 말 그가 거주하던 우한이 봉쇄되자 SNS에 도시에 펼쳐진 풍경을 신랄하게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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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박현 지음/400쪽·1만6000원·부크럼
“人不傳人 可控可防(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으며,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
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됐던 중국 우한의 참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한 팡팡 작가의 일기가 출간됐다. 공장 노동자 출신인 저자는 하층민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며 중국 신사실주의 대표작가로 불리던 인물. 1월 말 그가 거주하던 우한이 봉쇄되자 SNS에 도시에 펼쳐진 풍경을 신랄하게 적기 시작했다.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공포감과 고통에 휩싸인 시민들의 모습이다. 마스크가 없어 사용한 마스크를 빨아 다리미로 다려 쓰고, 혼자 남겨진 아이는 굶어 죽었다. 비닐에 싸인 시신들이 매일 트럭에 실렸고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에는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병상이 부족하자 암 환자인 딸을 우한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한 어머니의 절규도 눈물을 적시게 한다. 한국에서 ‘우한’은 곧 ‘폐렴’ ‘감염병의 온상’이라는 원망스럽고 혐오적 시각이 가득한 곳. 하지만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 있었음을 일깨운다.
저자는 방역에 밀려 놓치고 있는 환자의 후유증 관리에 대해 깊게 논하며 방역 당국을 질타한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뒤에도 여전히 호흡곤란, 두통, 불면증으로 신음한 그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외신 보도, 해외 연구 결과를 직접 찾아 적었다. 그는 “체계적인 후유증 치료를 미뤄 만성질환 환자가 되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며 “코로나19에 정말 완치가 있는지” 되묻는다. 매일 수십 번씩 오가는 그의 육체적, 정신적 질곡에도 그는 끝내 희망을 얘기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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