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재 曰] 담배, 이참에 확 끊자

정영재 2021. 1. 2. 00: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흡연자·간접흡연 코로나 감염 위험 노출
나와 이웃을 위해 올해는 꼭 금연 성공을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군대 시절 내 후임병은 문학청년이었는데 담배를 참 맛있게 피웠다. 연기를 쭈욱 빨아들였다가 후욱 하고 불어내면 그 농도와 비거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자작시에서 담배를 ‘한숨의 형상화’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고 일상이 헝클어지면서 가슴 속 응어리와 한숨을 담배연기로 뱉어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금연빌딩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밖으로 나와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장소들이 생겨났다. 회사 근처 골목길이나 비어 있는 건물 앞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 손에 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담배를 피운다.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면서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안쓰럽고 없어 보인다. 알고 보면 하나하나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흡연이 단지 미관이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흡연을 하면 담배와 손가락에 입이 닿게 돼 바이러스가 흡연자의 입과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담배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은 당연히 심혈관·폐·면역 기능을 손상시켜 코로나 감염 위험을 키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ACE2 수용체를 증가시켜 흡연자는 코로나에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코로나 병세가 악화할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14.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면서 침을 뱉어대는 바람에 집단 감염 위험도 커진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에게 던지는 눈빛이 더 사나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간접흡연을 통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역설적으로 코로나가 금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이다. 길에서는 다들 마스크를 끼고 다니기 때문에 ‘길빵(길거리 가면서 담배 피는 것)’하는 사람은 주위의 눈총을 견뎌낼 대단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담배 끊는 데 도움이 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연기 뿜어낼 철면피가 얼마나 될까.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딱히 담배를 피울 만한 공간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요즘 같은 땐 한 갑에 4500원 하는 담뱃값도 부담이 된다.

연초에는 다들 금연 결심을 한다. 담배를 끊어야 할 이유는 100가지도 더 된다. 물론 끊지 못하는 이유도 그 정도는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다사카 히로시) 이라는 책에 보면 내 안에는 다양한 페르소나(역할·인격)가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깐깐하고 무서운 부장님이 집에 들어가면 딸바보에 공처가(恐妻家)가 되는 식이다. 담배를 끊으려면 이 페르소나끼리 싸움을 시켜야 한다. 정녕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인격 A에게 담배를 끊고 싶어 하는 인격 B가 단호하게 야단을 쳐야 한다. “야, 박OO. 너 끊기로 약속 했잖아. 지켜.” 때로는 설득하고 읍소도 해야 한다. “OO아. 우리 할 수 있어. 한번 해 보자.”

그렇게 내 안의 두 인격이 싸우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담배 생각이 줄어들 수도 있다. 금연 사실을 만방에 알리고, 사무실 책상에도 ‘금연했음’이라고 써 붙여 놓자.

금연의 가장 큰 적은 ‘식후연초’와 ‘취중한대’다. 식사 후 담배 생각이 나면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고, 흡연자가 끼는 술자리는 당분간 만들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밤 9시 이후에 갈 데도 없다.

담배는 줄여가는 게 아니다. 단번에, 확 끊는 거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21세기 들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일을 시작한 거라고 보면 된다.

내 가까운 동료·친구들이여, 올해는 꼭 금연에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