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흰 소의 해'를 코로나 탈출 원년 만들자

2021. 1. 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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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전략 재정비하고 신뢰 회복해야
요양병원 희생 줄이고, 백신공급 점검 필요
악전고투 의료진 응원, 국민도 심기일전을

2020년은 코로나19로 악몽의 한해였다. 1년간 국내에서 6만1769명이 감염돼 917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의 아픔이 컸다. 그 와중에도 시간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서 어김없이 2021년 신축년 태양이 떠올랐다. 아직은 고통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캄캄한 터널 속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극복의 궁극적 책임자이자 사령탑으로서 심기일전해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지난해 초기 ‘방역 전투’에서 선방했다고 자만하다 3차 대유행을 초래하고 ‘백신 전쟁’에서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재정비할 것은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1차 대유행은 신천지교회 측에 책임을 돌릴 수 있었고, 2차 대유행은 광화문 보수 집회를 지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타격이 컸던 3차 대유행은 남 탓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부의 오판이 결정적이었다. 거리두기 조정은 국민의 신뢰 확보와 타이밍이 생명인데 10월 이후 수차례 실기하면서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

요양병원은 지금도 아비규환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가 더 큰 재앙을 불렀다. 인명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삼고 방역의 문제를 신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 서울 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은 법무부가 검찰과의 다툼에 매달리는 와중에 방역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재소자가 창밖으로 “살려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생지옥을 연출했다. 뭐가 잘못됐는지 철저한 진단과 대책으로 방역의 구멍을 속히 메워야 한다.

정부가 뼈아프게 반성할 대목은 더 있다. 생명과 과학을 다루는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제 목소리를 내도록 공직사회에 분위기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권한을 주되 책임도 묻는 방식이 맞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와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1월에 의대생들의 의사 국시를 치르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지금은 작은 내부 갈등은 풀고 큰 전쟁에서 공동의 적과 싸울 때다. 무엇보다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백신 확보 경쟁에서 주요국보다 뒷순위로 밀렸다. ‘백신 여권’이란 말이 나오는 마당에 늦게 온 백신은 그만큼 효용도 국격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백신은 신속성과 안전성 모두 양보하기 어렵다. 질병청은 11월까지 모든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계획대로 접종하더라도 집단면역이 연내에 형성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집단면역 없이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장기전 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내 업체를 지원하더라도 투명한 행정을 펼쳐서 특혜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의료계는 절체절명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지금 이 정도로 지탱할 수 있게 해준 진정한 ‘코로나 영웅’들이다. 탈진(번아웃)을 호소하는 의료진이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껏 사력을 다해 버텨주고 있다. 다시 한번 힘내라고 응원한다. 의료인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 내고, 동시에 현장에서 통하는 대안을 신속히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

방역의 진정한 주체인 국민의 참여 없이는 코로나19에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 나훈아의 표현대로 왕도, 대통령도 목숨을 건 적이 없지만, 국민이 나라를 지켰다. 전쟁도 가난도 외환위기도 극복한 저력 있는 국민이다. ‘흰 소의 해’ 2021년을 코로나 극복의 원년으로 만들어갈 ‘전사’이자 주인공은 우리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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