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캠핑, 이젠 이렇게 어떨까

김홍준 2021. 1. 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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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뜬 '의식주의 야외 이동'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방법
나의 캠핑 생활 1~4권 강성구·문나래·장진영·서승범 지음/중앙북스
한겨울 한라산 장구목 아래 용진각 대피소 터에 자리잡은 동계훈련 사이트. 캠핑은 멀리서 보면 낭만적이지만 불편하다. 그 불편함을 즐거움을 바꿀 수 있는 마음가짐과 준비물이 필요하다. 김홍준 기자
여기, 네 권 한 묶음의 캠핑…에세이가 있다. 잠깐 뜸을 들인 이유는 안내서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의·식·주를 그대로 산으로, 들로 가져나가는 캠핑은 사실 불편하다. 저자 넷은 캠핑의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육하…방법을 권한다. 캠핑에 ‘원칙’이란 건 없다. '도리'는 있을지언정.

제1권 『나의 캠핑 물건』을 쓴 강성구 작가는 기자 출신의 국립등산학교 직원. 그는 나무 수저를 갖고 다닌다. 지리산에서 만난, 산행의 경험적 절제를 풍기는 중년여성이 꺼낸 그것을 보고 실용성과 심미성에서 진심 어린 감탄을 했단다. 방수 재킷은 그에게 고독의 힘을 선사하는 장비다. 이렇게 30개의 캠핑 물건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연인과의 캠핑을 꿈꾼다면, "오렌지색으로 물드는 노을빛 같은, 석유랜턴과 가스랜턴 앞에서 솔직해지는 건 마법이다"는 표현에 밑줄 쫙.

'나의 캠핑 생활' 시리즈 1~4권. 왼쪽부터 『나의 캠핑 물건』 『나의 캠핑 놀이』 『나의 캠핑 요리』 『나의 캠핑 아지트』. [사진=중앙북스]
문나래 작가는 제2권 『나의 캠핑 놀이』에 이렇게 쓴다. "지는 해의 오렌지빛 (…) 쉽게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사랑한다." 이때 그는 포스트 록을 튼다. 자그맣게. 찬바람이 불 때는 스팅의 노래를 튼다. 자그맣게. 이런 DJ뿐만 아니라 트리클라이밍, 목욕하기, 새 바라보기 등 15가지 캠핑 놀이법을 제안한다. 그중 하나는 기록이다. 지나간 기억의 왜곡을 마주하고, 오해를 풀고 싶다면 그 기록을 들춰보는 것 또한 의미 있다고. 그의 일터가 되는 숲처럼, 그윽한 문장들을 가슴에 새길만 하다.
제3권 『나의 캠핑 요리』를 쓴 장진영 작가는 현직 사진기자다. 7년간 숙성된 캠핑 공력을 가자미술찜·토마토김치찜 등 50가지 요리로 마술처럼 툭툭 만들어 냈다. 12가지 해시태그 즉, 비화식·캠낚·접대캠·불멍 등으로 나눈 요리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노라면 침이 절로 고인다. 그중 ‘조리시간 2시간, 먹어 없어지는 시간 10분’으로 적은 ‘비어캔치킨’은 별 넷 최고 난도. 그는 ‘겉바속촉 보들보들한 닭고기가 입안에 가득할 때, 인고의 기다림은 금세 잊힙니다’고 적는다. 만든지 10초 만에 순삭 ‘멘보샤’, 마지막 ‘초록병’을 비울 때까지 먹는다는 ‘바지락어묵탕’도 캠핑장에서 뚝딱. 음식을 통해 온기를 나눠준다니, 한번 찾아가야겠다.
의식주를 그대로 밖으로 가져가는 캠핑은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캠핑의 매력이다. 김홍준 기자
서승범 작가와는 몇 해 전 우연히 히말라야 5580m까지 함께 했다. 내려온 뒤 카트만두에서 함께 한 치맥은, 맛보다 그의 주력을 가늠케 했다. 그는 제4권 『나의 캠핑 아지트』를 썼다. 퇴근박·미니멀캠핑·카약캠핑 등 온갖 캠핑의 방법과 장소에 관한 그만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다. 캠퍼들의 공감을 자아낸다는 얘기다. 저자는 술을 더 맛있게 마시려고 캠핑에 발을 들여놨다고 털어놓는데, 여기서부터 공감이 시작된다. 그는 캠핑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남을 따라 하는 순간 피곤함이 엄습한다는 것. 영하 15도의 에베레스트 밑에서 그와 주고받은 얘기다. 그는 캠핑에서 ‘말은 잘 남지 않는다. 그 말을 나눈 감정이 남는다’고 적는다. 그런데, 나는 왜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책 네 권을 수놓은 렐리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싱그럽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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