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야구장 밖 '제2 인생' 입담으로 승부한다
[경향신문]
현장 경험 살린 지도자·해외 연수 등 ‘고정관념’ 넘어
김태균·박용택 등 은퇴 후 잇단 ‘방송 데뷔’ 트렌드로
박용택(42)은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 기록(2504개) 보유자다.
최다 경기 출장(2236경기)에 최다 타석(9138타석)까지 오랜 시간 꾸준히 달려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을 독차지한 KBO리그 레전드다.
김태균(39)은 그 뒤를 달린 또 한 명의 레전드다. 통산 안타 3위(2209개)에 통산 타점 3위(1358타점), 볼넷 2위(1141개), 루타 4위(3557루타)에 올라있다.
2020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두 레전드는 2021년에 나란히 마이크를 잡는다. 최근 한 스포츠 방송사와 계약을 마치고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스타 선수들이 은퇴 뒤 해설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용택과 김태균의 해설위원 데뷔를 통해 이제 방송국은 프로야구 특급 스타들에게도 새로운 ‘옵션’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스타 선수들의 공통된 최종 꿈은 지도자다. 과거에는 지도자 데뷔를 위해 은퇴 뒤 해외 코치연수부터 거치는 것이 공식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구단 지원으로 해외 연수 뒤 귀국해 코치로 데뷔했고, 류지현·김재현·홍성흔 등 뜻이 있는 레전드 선수들은 구단 지원 없이도 직접 해외 연수부터 다녀와 지도자로 데뷔했다.
현재 트렌드는 확연히 바뀌었다. 이미 역사적인 타자 양준혁, 박재홍, 장성호가 은퇴 뒤 곧바로 해설가로 데뷔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서재응 KIA 투수코치, 이병규 LG 타격코치, 김재현 전 한화 코치, 이숭용 KT 단장 등은 은퇴 직후 해설가로 먼저 활동하다 코치로 영입돼 현장으로 돌아갔다. 근래 들어서는 봉중근, 이동현, 심수창 등이 은퇴하자마자 바로 마이크를 잡은 데 이어 ‘레전드 타자’ 박용택과 김태균도 합류했다.
특급 선수들의 해설가 데뷔에는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도 큰 몫을 한다. 입담 좋기로 유명한 스타 선수에게는 은퇴 전부터 방송사들이 미리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연수가 줄어든 것이 반드시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도자로서 시야를 넓히기 위해 반드시 유니폼을 입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요즘 스타들의 생각이다. 각각 LG와 한화에서만 선수로 뛴 박용택과 김태균도 궁극적으로는 지도자의 꿈을 가졌지만 제2의 인생 출발선에서는 프랜차이즈스타라는 고정관념을 지우고 새로운 눈으로 야구를 보고자 해설위원을 택했다.
19년 동안 지겹도록 최선을 다해 야구한 박용택은 지난해 마지막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도 “은퇴하자마자 바로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서고 싶지는 않다”고 말해왔다. 다른 분야 일을 하며 잠시 휴식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방송사의 제의를 받고 숙고 끝에 결정했다. 박용택은 지난달 최종 결정 이후 야구 규칙부터 새로 숙지하고 각종 통계 기록까지 공부하며 이미 본격 준비에 들어가 있다.
김태균은 해외 연수 자체를 애초에 배제했다. 김태균은 “결국 내가 있어야 할 KBO리그에서 잘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국내에서 한화를 벗어나 코치 연수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발 나와서 볼 수 있는 방법이 해설인 것 같다”며 “팬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져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더 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단에 묶인 삶에서 잠시 벗어나 그동안 못했던 자기계발 시간도 가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스타들이 은퇴 뒤 방송가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박용택은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선수 시절 이미 대전대학교에서 사회체육학 석사 과정을 등록한 김태균은 그동안 제출하지 못한 논문을 완성한 뒤 스포츠심리학 박사 과정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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