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작전' 책임자를 임명하자 [제언]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2021. 1. 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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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회사 모더나의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조기 공급을 약속받았다. 백신 확보가 늦다는 비판에 직접 나서 얻은 성과였다.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효과는 숫자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데 더 있다.

대통령이 백신 확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하지만, 책임자를 명확히 하지 않아 서로 누군가 챙길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승격된 질병관리청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신속코로나백신작전실장’을 임명해 직접 현실적인 추진 계획과 일정을 짜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도 최고 전문가의 초고속작전팀(Operation Warp Speed)이 있었기 때문에 조기 접종이 가능했다. 간섭하지 말고 전권을 맡겨야 한다. 대신 위급한 시기에 수행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책조항을 명시해야 책임지고 일할 것이다. 야당이 제안한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대통령과 여당이 적극 검토해 추진한다면, 대통령과 여야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백신 정쟁을 접고 협력하는 모습으로 비쳐 코로나19와 전쟁 중인 국민에게 안심을 줄 것이다. .

문 대통령은 모더나와 위탁생산 및 연구·개발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더나 백신을 포함해 여러 백신 회사들과 위탁생산, 공급, 연구·개발 협력을 추진하자. 우리와 세계를 위해 삼성·SK·LG·한미·녹십자 등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생산을, 현대·대한항공·CJ·쿠팡 등이 보급을 책임지게 하자. ‘mRNA 기술 협력’은 신종 감염병 백신뿐만 아니라 항암치료제와 같은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국제적 백신 수급 경험이 있는 전문가나 외교역량을 갖춘 정치인을 ‘코로나백신전권대사’로 임명해 위탁생산과 공급을 책임질 민간 기업들과 함께 미국 등 세계를 다니며 계약을 성사시키게 하자. 대한민국이 전 세계 백신 생산과 공급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 국민이 선진 경쟁국들과 같은 날짜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정부나 전문가, 기업들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자. 우리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음에도 응집된 힘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현실이 아쉽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한 번의 실수는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건강학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월1일에 시작해 6월에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시작은 늦었지만 마무리는 경쟁국보다 빠를 수 있다.

우리가 백신의 개발 전쟁, 정보 전쟁, 공급 전쟁에서 졌다고 하지만 진정한 적은 백신 회사나 국가가 아니라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장기전이 될 것이다. 변종 출현, 백신 효과 지속성 의문과 부작용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지금 인류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해 박멸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재확산은 계속될 것이다.

최빈국과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국제적 협력도 이끌어야 한다. 어느 한 국가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개별 국가와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절실하게 공동대응해야 한다. 세계인 모두가 코로나19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 세계 기업과 국가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백신·치료제 개발과 공급 협력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이 그 중심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신속코로나백신작전실장과 코로나백신전권대사가 해야 할 일이다.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역량과 인류애가 시험에 들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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