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책방을 빼곡 채운 위로의 언어들 [책과 삶]
[경향신문]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열림원 | 344쪽 | 1만3500원
2017년 10월, 시인 김이듬은 “자작나무가 많은 어두운 숲가”에 책방을 열었다.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불빛이 돼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등대처럼 작고 흰 간판”을 켰다. 주변 사람들은 “작품이나 쓰지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문학이 누군가의 일생을 바꾸고 그를 불행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한 김이듬이 ‘책방이듬’을 운영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기록한 책이다.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책방에 보태주는 손님, 당신들 공간에서 의미 있는 사업을 해줘 고맙다며 월세를 탕감해준 건물주 부부, 조촐한 송년회임에도 누구 하나 빈손으로 오지 않는 지인들…. 그에게 ‘책방이듬’은 “편안하고 익숙했던 나를 넘어뜨리고 그 자리에 타인을 들이는” 환대의 공간이 된다. 그렇게 사랑하고 서러워하면서, 환대하고 이별하면서,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면서 그는 “나만 알고 나만 사랑했던 과거”와 조금씩 작별한다.
12평 책방의 시간은 마냥 낭만적이진 않다. 책방 한쪽 “해변에서 주운 조개와 작은 꽃병, 얼룩이 묻은 폴라로이드가 놓인” 작은 테이블. 자신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이 공간에 손님들이 관심을 보일 땐 “무례하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시인의 꿈을 지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고, 월세조차 감당키 어려운 현실에 짓눌리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곳의 날들을 “내가 나를 만나는 여행이었다고 느끼리라” 생각하면서, 김이듬은 오늘도 주저 없이 책방 문을 연다. “세상에 지친 이웃들에게 이곳이 위안의 최전선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따뜻한 책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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