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삶을 개척해간 여성의 일대기 [책과 삶]
[경향신문]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김인선 지음
나무연필 | 212쪽 | 1만4000원
“내 인생 가운데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운명처럼 주어진 부분이 있다. 가령 부모님이 원치 않았건만 내가 태어나게 된 것을 나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나는 낯선 독일에 와서 간호사로 일했고, 신학을 공부했고, 독일로 이주해서 살아가다가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단체를 만들었다. 또한 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지금은 나를 사랑해주는 한 여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저렇게 간단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직접 살아내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어머니와 평생 불화했다. 남편이 있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여자를 사랑하게 됐고, 그 여자를 선택했다. 어느 하나 견디기 쉬운 일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지금까지 살아냈다. 끝없이 자신을 사랑하면서.
70년을 살아온 여성의 개인적 소회로만 여길 책은 아니다. 그의 인생 뒤로는 한국과 독일의 현대사가 함께 흐른다. 한국전쟁이 나던 해 ‘여자로’ 태어난 저자의 삶에는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척박한 삶이 새겨져 있다.
독일에 정착해 간호사로 살아가고 광부 출신 남편을 만난 이야기에는 인력난이 심하던 독일, 그리고 외화 부족과 실업난에 시달리던 한국이 서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낸 광부와 간호 인력 파견의 역사가 녹아 있다. 저자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남북 분단의 현실을 떠올린다. 독일에서 일했고 지금도 살고 있는 저자의 시각은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소수자를 탄압하던 나치 시대의 역사를 뒤로한 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진보적 정책을 펴는 나라가 된 독일의 실례도 눈에 들어온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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