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게 한 네 가지는? [책과 삶]
[경향신문]
초월
가이아 빈스 지음·우진하 옮김
썸앤파커스 | 536쪽 | 2만2000원
“멋진 도구를 손에 쥔 똑똑한 침팬지”에게는 없지만 인간에게는 있는 것. 책에 따르면 “불, 언어, 미(美), 시간”이다. 저자는 “진화 과정의 핵심에 이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불의 힘을 빌려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신체적 역량을 확장”했다. 불이 식생활을 변화시켜 두뇌 발달을 가져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붉고 뜨거운 에너지는 인류의 삶을 완전히 뒤바꿨다. 새가 둥지를 만들고 비버가 둑을 쌓아도 재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진흙 한 덩이를 구워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3차원의 단단한 물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질그릇을 만들다가 나중에는 쇠를 녹였다.
또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성공의 비결, 복잡한 문화적 지식을 공유”했다. 언어는 “공통된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를 하나로” 묶었으며, “인간의 활동 무대를 지구 전체로 확장하고 권력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름다움에 눈뜬 것은 생존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였다. 저자는 “의미를 담은 사물을 통해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충동”이 “인간을 떠도는 부족에서 거래하는 부족으로, 그리고 정착한 농민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농업과 정착의 계기로 작용했으며, 그것이 결국 “국가라는 거대한 기념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루는 것은 시간이다. 인간은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했으며, “자연의 고유한 흐름에서 벗어나 시간을 재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책에는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라는 부제가 달렸다.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네 가지 요소 덕분에 “초월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능했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쳐낸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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