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교감 속 '사면카드'..통합 앞세워 '위기 돌파' 뜻
[경향신문]
코로나19·지지층 이반 등 최대 위기상황서 ‘국면 전환용’ 전략 해석
이 대표, 하락 기미 지지율 회복 위해 승부수…비판 각오하고 ‘총대’
일부 의원·당원들 “시기상조” “이러자고 촛불 들었나”…난항 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논쟁적인 화두를 던졌다. 구속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한 ‘특별사면 건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당·청의 공동 대응 전략 성격이 짙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코로나19 위기와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으로 국론 분열이 심화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통합’의 상징인 사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로선 비판을 무릅쓰고 대신 총대를 멘 셈이지만, 최근 하락 기미인 지지율 회복을 위한 승부수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국민 동의도 없어 시기상조”라며 반대 여론이 분출하기 시작하면서 사면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면 건의와 관련해 1일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정쟁만 계속하는 식이라면 코로나19 극복은커녕 국난만 계속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화해하고 통합하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여권의 최대 위기 상황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집권 4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으로선 ‘추·윤 갈등’으로 드러난 검찰개혁의 후폭풍이 중도층과 지지층 이반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매주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여권 지지율로 인해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올해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전망도 어둡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수급 논란까지 터졌다. ‘시기상조’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사면 건의를 꺼내든 데는 이 같은 위기감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이 대표의 교감설이 힘을 얻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 측 관계자는 이날 “건의를 하면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단 이 대표의 사면 언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 문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대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대표는 실제 친이명박계 인사에게 집적 연락해 의사를 묻기도 하는 등 실질적인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로선 차기 대선 주자로서 여권의 위기를 직접 해결하고 ‘국민통합’에 역할을 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날 신년사를 통해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새해 계획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취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문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여권 내부에서는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칫 국론 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두 사람은 국민들께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도 없다”며 “사법정의가 무너지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러자고 촛불 든 것 아니다” “국민통합은 없고 당내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는 등 비판이 잇따랐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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