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방식 금융자원 투입·부실화 예방할 때" [2021신년특집-국내외 기관이 본 새해 한국경제]

엄형준 2021. 1. 1.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대 경제주체 빚 증가로 금융불안 우려
2020년 3분기말 기준 GDP 대비 민간신용
통계 작성 1975년 이후 첫 200% 초과
3분기 가계부채비율 사상 첫 100% 돌파
2021년 국가채무 956조.. GDP 대비 비율 47.3%

가계·기업·정부. 지난해 3대 경제주체의 빚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 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적재적소에 ‘핀셋’ 방식으로 금융자원을 투입하고, 금융 부실화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가계·기업의 빚이 나라 경제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섰다.

3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 빚) 비율은 211.2%로 전년 동기 대비 16.6%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이 20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낸 1975년 이후 처음이다.

3분기 말 기업대출금은 133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2019년 말 78.5%에서 2020년 상반기 말 81.1% 커졌다.

특히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반기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못 미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의 중소기업은 52.8%로 절반 이상이었다.

한은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는 현재 기업 재무건전성이 좋다고 분석했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의 부도율이 높아지는 등 신용 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가계대출은 코로나19에 부동산 광풍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폭증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2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6%를 기록했고, 글로벌 금융회사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는 3분기 이 비율이 100.6%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한은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101.1%를 기록했다고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재정적자 규모도 부풀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은 역대 최고인 558조원으로, 지난해 4차례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을 합친 554조7000억원보다도 3조3000억원 많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1조원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다. 하지만 벌써부터 코로나19로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채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당장 긴축 정책을 펴거나 가계·기업 부채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금융당국의 고민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정 상황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가 어떤 방식으로 늘어나는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대출자들의 신용도 위험 노출, 수익성 악화 등으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재정 운용 방식에서도 보편적인 복지보다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는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상복구할 여력이 되는 기업과 가계는 무조건 살려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 대출 규모가 커지면 결국 빚을 못 갚는 기업이나 개인이 늘고, 금융권 부실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출 증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게 아니라, 업종 전환 지원이나 향후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는 방식 등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당장 오는 3월 끝나는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말이면 247만7000여 자영업자(가구) 가운데 10% 이상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이 중 5만3000여 가구는 빚을 못 갚는 파산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