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직업병도 5명 이상 넘어야 중대재해 인정..처벌 '바늘구멍'

정환봉 2021. 1. 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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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 여야가 중대재해의 정의를 놓고 씨름한 끝에 잠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종류 가운데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의 경우 '동일한 원인으로 5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 직업병 인정 기준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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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국회 법사위 법안소위 잠정 합의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2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정의당 신년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 여야가 중대재해의 정의를 놓고 씨름한 끝에 잠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종류 가운데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의 경우 ‘동일한 원인으로 5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 직업병 인정 기준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29~30일 두차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1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로부터 받아 살펴본 결과, 여야는 정부안을 바탕으로 중대산업재해의 정의에 잠정 합의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일한 사고로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일한 원인으로 5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문제는 5명으로 정의된 직업병 중대재해 기준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안은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직업성 질병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중대재해로 규정해놓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질병의 경우는 근골격계 질환 등 6개월 요양이 필요해도 중대한 재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직업병이 동일한 원인으로 5명 이상 발생할 경우를 중대재해로 정의하는 안을 내놨다. 29일 법안소위 회의에서 직업병 기준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자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있었지만, 추가 논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5명 기준으로 정리됐다.

2017년 6월9일 오전(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을 당한 김영신(29·왼쪽 둘째)씨가 메탄올 실명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 삼성·엘지전자의 책임을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유엔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이 5명 기준은 법을 아주 소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소송을 맡았던 임자운 변호사는 “처음 반올림 사건이 2명으로 시작했는데, 그 2명이 직업병을 인정을 받는 기간도 무척 길었다. 5명이 같은 환경에서 그렇게 인정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직업병의 경우 실명, 백혈병 등 중대한 신체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부상자(6개월 이상 요양) 중대재해 기준은 2명이고, 직업병의 경우는 경중을 따지지 않고 5명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 보인다. 5명을 기준으로 하면 2015~2016년 6명의 노동자가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한 사건도 법망을 피하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3차 하청 등 3곳의 업체에서 메탄올을 사용하던 노동자 2명씩 총 6명이 실명한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지만, 개별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재 피해자는 2명뿐이라 ‘5명 기준’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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