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부문 심사평 - 분열하는 힘을 포착하고, 각각의 시를 엮어내는 유려함 돋보여 [2021 경향 신춘문예]

심사위원 권희철·양윤의 2021. 1. 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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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학평론 부문 심사를 맡은 양윤의(왼쪽), 권희철 문학평론가가 지난달 1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23편의 응모작 가운데 우리가 주목한 것은 최가은씨의 “문학비평/장과 ‘여성’ ”, 전서아씨의 “감정의 연금술과 만짐의 기술(技術/記述)―김초엽, 천선란, 정세랑의 SF소설을 중심으로”, 그리고 성현아씨의 “점성의 히스테리아―김이듬론”이었다. 최가은씨의 글은 최근의 비평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유의 경합을 주밀히 살피며 하나의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서술의 힘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문학사 서술을 남성중심적이라고 뭉뚱그려 파문하기보다 그것을 분절시켜 문학사‘들’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도 정작 이 글이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는 최근의 페미니즘 비평‘들’을 여성본질주의라는 단일한 혐의 아래 뭉뚱그려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생각된다. 전서아씨의 글은 타인과의 뒤엉킴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인 ‘몸’에 착안하여 SF 작품들에서의 몸의 구성 혹은 사용 방식을 검토하면서도 포스트휴먼 논의와는 다른 길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글이 다루고 있는 세 작품들이 모종의 관계나 구도를 이루기보다 단순히 나열되고 있다는 점, 이 글에서 운용하고 있는 몸과 감정 그리고 만짐이라는 개념에 정밀함이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려웠다.

성현아씨의 “점성의 히스테리아―김이듬론”이 기존의 김이듬론과 현저히 차이 나는 독창적인 것인가, 문학은 언제나 소수의 몫이며 시는 본래 무용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대목들이 자신의 사유의 전개 끝에 도달한 자리인가 하는 점에 대해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개별 시편 안으로 들어가 그 내부의 분열하는 힘을 포착하면서도 흩어져 있는 각각의 시 분석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한편의 글로 완성해내는 유려함이 돋보였고, ‘모순으로 만들어진 사랑’이나 ‘히스테리적이기 때문에 수난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을 포착하는 능력에도 무엇인가 기대하게 하는 바가 있었다. 짧지 않은 토론 끝에 성현아씨의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성현아씨의 당선을 축하한다. 좋은 글을 보내준 모든 응모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 권희철·양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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