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들의 '코로나 불평등' 해법은?

조계완 2021. 1. 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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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0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해 대형유통시설 방역 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 환자 27명 발생.’ 작년 새해 벽두 1월2일 출근해, 중국 베이징 특파원이 타전해온 아침 현장보고를 보고 단순한 유행성 폐렴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정체를 드러낸 80~100나노미터(㎚) 초미세 바이러스 역병 입자는 급기야 온 세상을 집어삼켜버렸다.

그로부터 1년, 백신 보급 소식과 함께 우리 경제도 산업 현장과 수출 전선에서 다시 새해를 맞는다. 구랍 30~31일 실물경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차관은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과 대전 이마트에서 잇따라 특별방역 릴레이 현장점검에 나섰다. 경제·방역의 공존을 보여주는 광경이다. 새해 정부 경제정책 방향도 ‘경제와 방역 간 정교한 균형 도모’, ‘경제사회 시스템의 회복 탄력성 강화’로 집약된다.

백신을 두고 ‘이제 인류가 반격에 나섰다’고 자못 감격스러워하지만 고약하게도 바이러스의 볼썽사나운 얼굴은 도처에 여전하다. 간헐적인 코로나 출몰이 바이러스발 경기순환 변동을 일으키며 우리를 주기적으로 괴롭힐 수도 있다. 감염 공포가 점차 ‘백신 국면’으로 바뀌면서 경제가 탄력 있게 반등하더라도, 정상궤도 회복에 올라서는 과정은 무척 더디고 힘겨울 것이다.

바이러스 급습 초기에 세계 지성들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라는 어휘로 인류 문명 전환의 장기 관점을 제출했다. 하지만 일상의 단기 시계(視界)에서 인간의 대응은 훨씬 역동적이고 풍부했다. 기업과 사람들은 봉쇄·비대면에 적응하고 학습하며 바이러스에 맞대응하는 법을 배웠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호황 부문’이 출현해, 디지털·바이오헬스·반도체·배터리 신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고용·소득도 별다른 쇼크를 겪지 않았다. 사람들의 연결·공유 습성이 세계를 지난 1년간 혼돈의 역병 연대기로 몰아갔지만, 초연결·인공지능(AI)이라는 또 다른 연결·공유 기술은 역병을 뚫고 살아가는 힘이 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시장자본주의의 근원적이고 특유한 역동성도 별로 파괴되지 않았다. 전기차·수소차·태양광·풍력에서 혁신과 경쟁이 이어지며 기업·시장을 뒤흔들고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재정·통화 자원을 각 경제 부문에 배치·투입하는 국가 정책도 기존 관행과 전통을 완전히 뒤집고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중앙은행마다 ‘바주카포’ 유동성 퍼붓기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300조원의 재정·금융 패키지와 316조원에 이르는 무역·금융공급까지 총동원해 재정 화력을 쏟아부었다. 경제·산업도 코로나에 적응하는 내성을 갖게 된 것일까? 초기에 경제·무역·이동 긴급 봉쇄령이 내려지자 경제분석가마다 허둥지둥하며 대공황·파국 엄습 같은 암울한 전망을 쏟아냈으나,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고 수축하면서도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다. 글로벌 생산분업 체제에 광범하고 깊숙이 편입돼 있는 한국 경제도 버텨오면서 ‘미약한 회복세’ 진단 속에 새해를 맞는다.

그러나 백신 소식에도 새해를 맞는 심경은 복잡하다. 취약 영역들은 상당수가 이미 쓰러지고 상처받고 깨졌다. 이번 팬데믹의 뚜렷한 특징은 사회경제적 집단·계층에 미치는 영향이 극적으로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0% 경제’라는 표지 제목을 뽑았다. 봉쇄가 풀린 뒤에도 일상 소비·생산활동은 이전에 견줘 90% 수준에 오랫동안 머무를 거라는 뜻이다. 많은 일에서 90%는 ‘그런대로 괜찮은’ 수치이지만 경제에선 비참한 상태를 뜻한다는 해설을 붙였다. 경험과 실증에서, 그 비참한 소득·고용 상태에 빠진 지위·계층은 비공식 자영업자, 중소기업·소상공인, 불안정노동 주변부 노동자로 구획되고 있다.

지금은 통상적인 경기순환이나 금융 불황과는 다르다. 비대면 거리두기가 사회적 습속으로 굳어지고 생산·소비에서 인간의 행태 변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코로나 수혜 업종·노동자와 그 반대편의 격차는 지속되고 커질 것이다. 회복의 속도와 범위에도 차이가 벌어지면서 ‘코로나 그 후’까지 소득·고용 불평등은 더 깊고 넓게 파여 상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90% 경제에 두껍게 퍼진 ‘코로나 열패자들’을 겨냥한 정교한 정책 조준에 나서야 할 때다. 무릇 모든 정책은 집행의 ‘시차 지연’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기관 등 430곳에서 총 1238개에 이르는 각종 국가승인 공식통계(조사·보고·가공)를 내고 있으나 속보지표조차도 조사·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모 양상을 신속하고 통합적으로 또 세밀하게 포착하는 통계시스템 구축, 여기에 근거한 처방의 적기 수립·실행 역량이야말로 올 한해 정책관료들에게 요청되는 책무다. 바이러스야 어쨌든 물리치겠지만, ‘코로나 불평등의 교정’이라는 또 다른 싸움에 우리는 들어서고 있다.

조계완 산업팀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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