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사면' 승부수..국민통합 내걸고 중도확장 시동

채종원 2021. 1. 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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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 사면 꺼낸 이낙연
강경 이재명과 차별화 전략
당내 친문 반발여론은 부담
박근혜 前대통령 형 확정되는
이달 14일 이후 급물살 탈듯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벽두에 쏘아 올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가 새해 정치권의 최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하락세였던 차기 대선 구도를 본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일단 성공하면서 향후 '통합' 브랜드를 내세워 지지율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이 아직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먼저 꺼낸 사면론에 대한 반감 여론도 상당해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일 이 대표가 공개 행사 및 언론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 통합' 방안 중 하나로 보수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제시한 것이다. 본인을 정치에 입문시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하며 제시한 '화해'와 '국민 통합' 논리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물밑에서 그동안 논의했던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 선거 경선이 있는 올해 '통합'을 핵심 정치 가치로 내세울 뜻을 이미 밝혔다. 지난달 30일 공개한 신축년 신년사에 "다시 힘을 모읍시다.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일류국가를 만듭시다"고 제안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개혁 정책을 완수하는 동시에 진영 논리로 나뉜 한국 사회를 통합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중진은 "'진보적 실용주의자'를 자칭하는 이 대표가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세력까지 껴안을 수 있는 진보진영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새해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1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대 20%대 중반까지 나왔다. 통합을 내세워 표의 확장성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강경한 개혁 노선을 제시하는 이 지사와 차별성도 더 부각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대표가 자칫 본인의 핵심 지지 그룹인 '친문재인계'가 등을 돌릴 수 있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처음 거론한 것을 놓고 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 독대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문 대통령으로선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둔 채 본인이 퇴임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정치적 총대를 멘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면 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교감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이 이 대표의 사면론에 의견을 같이하는지에 대해 "전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언제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지도 관심사다. 당 핵심 관계자는 " '적절한 때'라는 것은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재상고심에서 양형이 확정돼야 사면 조건을 갖춘다. 이 대표도 '여당 대표' 자격으로 건의하려면 3월 초 퇴임 전에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양형이 확정된 후 적절한 시점을 선택하기 위해 여론 추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는 사면까지 가기 위해선 전직 대통령들의 대국민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우리가 뭘 시도해보려면 최소 두 전직 대통령이 본인 죄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메시지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사면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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