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빈곤의 그늘..노인범죄 10년새 배이상 늘었다

정희영 2021. 1.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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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범죄 10만명당 480명
범죄자 70%가 경제적 하층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 손대
60대 후반 A씨는 상습 절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전과만 10건에 달한다.

A씨에게도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1970년대 후반에 국방부 식당에서 면을 만드는 '국수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에는 연탄을 배달해 생활비를 벌었고, 한때는 가구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혼을 겪고, 공장이 망하며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는 예식장에서 하객으로 위장해 축의금을 훔치는 상습 절도범이 됐다. A씨는 "열심히 살았는데 이혼 이후 교도소 생활을 자주 하게 됐다"며 "돈벌이할 게 있으면 (교도소에) 안 가고, 돈벌이할 거 없으면 (교도소에) 갔다. 이젠 전과가 늘어나서 취직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고령 범죄자의 범죄 경력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한 사례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65세 이상 고령층이 사기, 절도 등 재산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재산범죄자 가운데 경제 수준이 낮은 경우는 70%에 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위기의 노인들이 범죄로 내몰리고 있다.

1일 대검찰청 '2020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65세 이상 고령자 10만명당 479.9명이 재산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2010년 고령자 10만명당 203.6명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데 비해 약 135.7% 늘어난 수치다. 재산범죄는 사기, 횡령, 배임, 손괴 등이다. 지난해 기준 고령 재산범죄에서 절도와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4.7%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격차가 커지며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고 있는 점도 고령 재산범죄자가 늘어나는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범죄 유형에서도 고령 범죄자 발생 비율은 큰 폭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10만명당 살인 등 흉악범죄자 발생비가 194% 늘었다. 전체 사건 수가 많지 않음을 고려해도 상승률이 높다. 폭력범죄와 교통범죄 발생비는 각각 55.9%, 73.1% 올랐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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