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던 김정은의 '친필 서한', 이제 '순한맛'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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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이 부드러워졌다.
과거의 친필 서한이 호전적이고 권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면, 최근 공개된 친필 서한에선 겸손과 '애민 정신'이 두드러진다.
좀 더 과거로 올라가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던 지난 2016년 1월엔 '당 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라는 내용의 친필 서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호전성을 과시할 필요가 줄어든 상황 속 친필 서한이란 정치적 수단이 외부 견제보다는 내부 결속에 집중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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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견제 필요성 줄어..내부 결속엔 여전히 효과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이 부드러워졌다. 과거의 친필 서한이 호전적이고 권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면, 최근 공개된 친필 서한에선 겸손과 '애민 정신'이 두드러진다.
과거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은 외부에 긴장감을 안겨주는 통치 수단이었다. 핵 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전략 무기 실험을 승인하는 '호전적'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1월28일 김 위원장은 '화성 15형' 시험 발사를 승인하는 친필 서한을 작성했다. 서한엔 '시험 발사 승인한다'라는 말과 함께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좀 더 과거로 올라가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던 지난 2016년 1월엔 '당 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라는 내용의 친필 서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이 기존에 개발 성공을 주장한 핵무기보다 몇 배의 위력이 높은 수소탄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충격적인 일이었다. 거기에 김 위원장이 '수소탄'을 명기한 서명을 한 것이 공개되면서 충격은 더해졌다.
그런데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 이후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이 달라졌다. 외부 세력을 견제하는 공격적인 메시지는 사라지고, 유화 메시지를 통해 내부 결속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1일 김 위원장은 새해를 맞아 주민들을 상대로 친필 서한을 작성했다. 통상 발표하는 육성 신년사 대신 친필 서한을 통해 올해의 신년 메시지를 내보낸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서한을 통해 "새해를 맞으며 전체 인민에게 축원의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라며 "나는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라면서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6줄의 짧은 서한이었지만 메시지는 명료했다. 인민에 충성하고, 인민을 위해 일할 것이며 인민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를 서한을 통해 드러냈다. 과거의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는 식의 외부를 향한 적개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이 부드러운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은 지난해 9월 수도당원사단 결집 때도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서한의 오타까지 숨김 없이 드러내며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서한을 통해 "당 중앙은 함경도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문제를 수도의 당원 동지들에게 터놓기로 하였다"면서 "당 중앙위원회를 제일 가까이에서 보위하고 있는 수도의 핵심당원이 기치를 들고 피해 복구 현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부탁'에 하루 만에 30여만 명의 '평양 당원'이 탄원서를 내며 "당에서 번개를 치면 우레로 화답하는 당원들의 실천이 어떤 기적을 창조하는가 보여주겠다"라고 화답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이 과거에 비해 '순한맛'이 됐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파급력은 강하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글씨를 썼다는 점에서부터 내부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과 정리에 나선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을 통해 그의 지도자적 자질과 애민 정신 등을 연일 부각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호전성을 과시할 필요가 줄어든 상황 속 친필 서한이란 정치적 수단이 외부 견제보다는 내부 결속에 집중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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