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아시아의 재발견

서정원 2021. 1. 1. 1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가 바꿀 미래 / 파라그 카나 지음 / 고영태 옮김 / 동녘사이언스 펴냄 / 2만5000원

코로나19는 서양에 대해 동양이 가졌던 환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그간 문명국 혹은 선진국이라 자부해왔던 서방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은 확진자 수가 최대를 기록했고, 이탈리아에선 치료할 곳이 부족해 환자들이 집에서 죽어나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국가 수반이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은 미국·영국·프랑스로 모두 서방이다.

대조적으로 대만·중국·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선방했다. 코로나19를 가장 성공적으로 막아낸 대만은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도 지금은 낮은 수준에서 확진자 수를 통제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긴 했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코로나19 선진국에 속한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관계학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력을 위시한 영향력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이되는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국제관계 전문가 파라그 카나는 일찍부터 아시아의 힘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저서 '아시아가 바꿀 미래'에서 오늘날 아시아는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한국어판 발간을 기념해 쓴 서문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아시아화될 것"이라고까지 강조했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건 중국을 주축으로 한 '일대일로(One Belt and One Road)' 프로젝트다. 철도와 항구 등을 통해 유라시아·아프리카에 걸쳐 있는 68개국을 하나로 묶는 경제권 구상으로 수조 달러 투자가 예정돼 있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세계의 중심을 서구가 아닌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라며 유엔 창설, 세계은행 설립, 마셜 플랜을 하나로 합친 것과 같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책은 브루킹스연구소 자료를 인용하며 2015~2030년 사이 세계 중산층 소비가 약 30조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중 99%가 아시아 중산층 주머니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유능한 관료들을 활용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기술관료제'도 아시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싱가포르와 중국이 대표적 기술관료제 국가다. 싱가포르에선 공무원이 '철밥통'이 아니다. 부패 행위자나 저성과자는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대신 승진과 연봉 등 보상 체계도 확실하다. 이 덕분에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그들의 능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리들을 교육·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천 명의 관리들이 작은 행정구역 일부터 시작해 능력에 따라 승진을 하고 공산당 고위 간부로 커 나간다.

책은 아시아의 부상으로 세계가 다극화되는 동시에 아시아 내부도 다극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문화권도 하나 이상의 다른 문화권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배하지 못했다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국 중심의 단일 체제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중국만큼 성장하고 중국을 견제할 국가들로 인도·러시아·이란 등이 꼽힌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