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고전 속에서 '삶의 이정표' 찾기

오수현 2021. 1.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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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은 삶인가 / 김헌·김월회 지음 / 민음사 펴냄 / 1만8000원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 앞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전쟁에 참가한다면 전쟁터에서 죽고,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장수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참가해 하나뿐인 목숨을 던지는 길을 택했다. 그가 원했던 것은 불멸의 명예였던 것이다.

서양고전 문헌학자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와 동양고전 전문가 김월회 서울대 중문학과 교수가 의기투합해 펴낸 책 '무엇이 좋은 삶인가'는 동서양 고전에서 삶의 길을 찾는다. 인류 역사의 무수한 인물들이 택했던 삶을 반추하며 현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고전이란 모든 사람이 칭찬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전엔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지만, 정작 대다수 사람들은 고전 읽기를 주저한다. 날것의 고전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이들 두 인문학자의 안내에 따라 동서양 고전의 엑기스를 접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들은 모이기만 하면 부동산 얘기로 열을 올린다. 사교육 정보를 공유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점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회피한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두려움을 지목한다. '나만 뒤처지지 않을까' '잘못된 판단으로 가족과 사회에 버림받지 않을까', 이 두려움이 인간을 심연에 빠뜨리는 근본 원인이다.

김헌 교수는 "단단하게 살아간다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김월회 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욕망과 허위를 비워낸다"고 덧붙인다.

이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단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길잡이를 동서양 고전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시한다. 각기 다른 사고 체계를 종횡무진 따라가다 보면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이내 넓어진다.

삶에 관해 서양 고전이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은 "명예롭게 살 것인가"이다. 아킬레우스는 이 질문 앞에서 참전을 택했던 것이다.

반면 동양 고전은 "그렇다면 누구에게 인정받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공자는 이름을 실상에 맞게 바로잡는다는 뜻의 정명(正名)을 강조한다. 저자는 오늘날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명예욕, 즉 이름값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동서양 고전이 던지는 이 같은 질문은 정반합의 전개라기보다는 상대를 향해 허를 찌르는 것 같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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