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뿔난 소방수험생 "소방필기가 9급 모의고사냐?"
9급 수험생 "질 좋은 모의고사 보러가서 감 잡자"
소방, 수능과목 선택 가능..소방 응시자 피해 우려
2013년 부산소방 체력시험에 44%만 나타나
올해까지 소방과목 대신 사회·과학·수학을 택해 시험을 볼 수 있는 탓에 국가직 9급 수험생이 대거 몰려, 소방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질 좋은 모의고사 풀러 가자"
1일 인사혁신처와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직 필기시험은 오는 4월 3일, 9급 국가직 필기시험은 4월 17일로 정해졌다. 최근 수년간 같은 날 시험을 치러오다가, 올해는 소방국가직화에 따라 소방청이 직접 채용시험을 챙기게 되면서 필기시험 날짜가 갈리게 됐다.
문제는 이같은 일정 탓에 소방 필기시험이 9급 국가직 수험생들의 모의고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소방 수험생 A 씨는 "국가직과 날짜가 다른 경우엔 국가직 수험생들이 본 시험에 앞서서 단순히 실전 모의고사용으로 소방직에 대거 응시할 것"이라며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실제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시험 전 감 올리고 질 좋은 모의고사 푼다는 생각으로" "소방직 모의고사 치러 가자" "소방 시험 모의고사 응시하러 다들 접수해요! 필합해도 체력시험이야 안 가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저도 법원직이지만 응시해보려고 해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소방 필기시험을 모의고사로 여기는 이유는 올해까지 소방전공과목 시험을 볼 필요가 없어서다. 9급 국가직과 소방 필기시험은 필수과목 3개, 선택과목은 2개로 구성된다. 필수과목은 국어, 한국사, 영어다.
문제는 선택과목이다. 소방학개론, 행정법총론, 소방관계법규, 사회, 과학, 수학 중 2개 과목만 골라서 보면 된다.
소방공무원만을 바라보고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 대다수는 소방과목을 택한다. 실제 소방관이 됐을 때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반면 소방 필기시험을 모의고사로 여기는 9급 국가직 수험생들은 사회, 과학, 수학을 택하게 된다.
소방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필기시험에 합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A 씨는 "소방 체력시험은 경찰이나 타 직렬들 체력시험보다 어렵기로 유명하다"며 "소방 수험생들은 최종합격을 위해 평소에 체력학원까지 다니며 공부와 체력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시험을 모의고사로 생각하는 사람들(국가직 수험생)에 비해 수험 시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7년만에 되풀이될 체력시험 미응시 사태
과거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진 적 있다. 2013년 소방 체력시험 미응시율은 24.6%를 기록했다. 전년도 3%에 불과했던 미응시율이 1년 만에 21.6%p나 증가했다. 특히 부산은 응시율이 44%에 불과했다. 필기시험 합격자 10명 중 4명만이 체력시험장에 나타난 셈이다.
유례없는 면접 미달사태까지 빚어졌다. 부산, 대구, 강원, 경북은 면접 인원이 선발인원보다 1~16명 부족했다.
이때가 사회, 과학, 수학 등 이른바 '수능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채택된 첫해다. 9급 국가직 등을 노리는 수험생들이 자기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원하지도 않은 소방직 필기시험을 봐 합격한 뒤 이탈한 것이다. 이후 소방 필기시험 일정을 조정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7년 만에 체력시험 대거 미응시 사태가 되풀이될 상황에 부닥쳤다.
당시 수능 과목은 고졸자의 공직 진출 확대라는 목표로 공무원 시험 과목에 편입됐다. 하지만 수능 과목을 택해 공직에 입문한 공무원들의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컸다. 이에 2022년부터 사회, 과학, 수학 등 수능 과목을 제외키로 했는데, 변경된 제도 시행을 한 해 남기고 소방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엇박자가 났다.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사회·과학·수학 빠진다 2019.06.25>
수험생 A 씨는 "이제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필기에서 국가직 사람들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필기 공부가 제일 우선이 되고 더이상 체력을 다지기 위해 시간을 쓸 수 없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 (소방 필기를 모의고사로 여겼던) 사람들이 마음이 변해서 소방관이 되고 싶어진 것이라면 단순히 경쟁에서 밀린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들 중 대부분은 단순 실전 모의고사로 생각하고 응시한 뒤 소방수험생들의 자리를 뺏어내고 체력 시험 단계에선 전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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