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Discourse] 부친상의 찢어지는 슬픔, 이를 견디며 만든 빌라 반등

이형주 기자 2021. 1. 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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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톤 빌라 딘 스미스 감독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Discourse, 담론이라는 뜻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별처럼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또 그 이야기들을 통해 수많은 담론들이 펼쳐진다. STN스포츠가 EPL Discourse에서 수많은 담론들 중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정리해 연재물로 전한다. 

-[이형주의 EPL Discourse], 18번째 이야기: 부친상의 찢어지는 슬픔, 이를 견디며 만든 반등

부친상의 찢어지는 슬픔 속에서도 반등을 만들어낸 이가 있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갔다. 빌라는 그 휴식기 전까지 28전 7승 4무 17패를 기록 중이었다. 당시 20위 노리치 시티와 더불어 강등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그들은 2018/19시즌 풀럼 FC 강등처럼 많은 영입을 했지만, 마찬가지로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공수 지표 모두 최악이었으며 그저 강등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휴식기 이후 팀은 완전히 달라졌다. 팀이 상승세를 타며 리그 마지막 38라운드에 잭 그릴리쉬의 골로 잔류를 확정했다. 그리고 맞이한 올 시즌 빌라는 고공비행 중이다. 

올 시즌 반등하며 고공질주 중인 빌라. 사진은 에이스 잭 그릴리쉬.

빌라는 1일 기준 승점 26점으로 EPL 5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빌라는 다른 클럽들에 비해 1~2경기를 덜 치렀다. 이를 모두 잡는다는 가정 하에 리버풀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말고는 그들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할 수 있는 팀은 없다. 즉 챔피언십 직행 열차를 타려던 팀이 리그 3위권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극적인 반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30일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빌라의 딘 스미스 감독은 코로나19 휴식기 이후 팀 전면 재분석에 들어간다. 그간 치른 빌라의 28경기를 다시 다 봤다. 또 선수들 개개인과 세세히 분석하며 다시 봤으니 거의 2시간 짜리 경기를 적어도 100회 이상은 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의 책임감을 알 수 있다. 

당시 스미스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은 비디오 리뷰를 개개인 선수들과 가졌는데, 어떤 미팅의 경우 수 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다. 매체에 따르면 스미스 감독은 "평범하게 진행되는 시즌이어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휴식기가 있어 가능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스미스 감독이 반등을 위해 열을 올리는 시점에서 그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는 찢어지는 슬픔과 마주하게 된다. 

딘 스미스 감독의 아버지 故 론 스미스 씨는 아들과 마찬가지로 평생 빌라 팬이었다. 빌라 파크 관리인으로도 일했던 故 론 스미스 씨는 가족에 대한 사랑은 물론 클럽에 대한 사랑까지 물려줬다. 

원래부터 숙환으로 몸이 좋지 않았던 故 론 스미스 씨는 4월부터 코로나19 양성 판정까지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딘 스미스 감독은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며 경기를 분석하는 초인적인 일을 해냈다. 지난 5월 故 론 스미스 씨가 별세했고 딘 스미스 감독이 어떤 상실감을 느꼈을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스미스 감독은 뼈를 깎는 슬픔 속에서 팀을 개편하기 시작한다. 코로나19 휴식기 이전 그의 팀은 일정한 대형 없이 상대팀에 정면으로 맞붙는 스타일이었다. 용감했지만 동시에 무모했다. 

대형 없이 나서니 상대에 슈팅을 허용하고, 또 슈팅을 허용했다. 공수 간격은 태평양이었다. 한 번 상대팀이 압박을 풀어내기만 하면 포백 앞까지 무혈입성이 가능했다. 

또한 수비 시에는 엉덩이를 너무 뒤에 두고 내려앉는 특징도 있었다. 이에 역습이라도 하려하면 긴 거리를 공을 몰고 올라가거나, 확률이 떨어지는 롱볼에 의존해야 했다. 공격이 잘 될리 만무하다. 빌라의 수비 조직력 역시 좋지 않으니 수비적 효과도 보지 못했다. 팀과 맞지 않는 전술이 분명했다.

휴식기 분석과 훈련을 통해 스미스 감독과 빌라 선수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 시즌 들어서는 그 대비가 더 뚜렷하다. 

빌라는 조직적이면서도 라인을 올리는 축구를 했다. 2019/20시즌까지 득점이 시작된 지점의 거리 부문에서 19위로 최하위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 시즌의 경우 13위까지 순위가 올렸다. 다이렉트 공격, 역습 시 슈팅 개수에 있어서는 1위가 됐다. 

라인을 올리고, 조직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달라진 빌라의 지표들.

또 빌라의 슈팅은 코로나19 휴식기 전보다 15% 증가했다. 또 빅 찬스는 50%가 늘었다. 모두 빌라의 달라진 모습을 알 수 있는 기록들이다. 이 과정에서 스미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용했고 빌라는 2021년 1월 현재 EPL서 팀 연령(25세 165일)이 가장 낮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축구를 체력적인 부담 없이 펼쳐보이고 있다. 

물론 전술만 바뀌어서 반등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효과도 있었다. 올 여름 이적해온 공격수 올리 왓킨스, 라이트백 매튜 캐쉬,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모두 빼어난 활약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직전 시즌에 비해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존 맥긴, 타이론 밍스, 매튜 타겟 등의 선수도 있다. 

빌라를 바꿔놓은 신입생 중 1명.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

에이스 그릴리쉬에 대한 언급도 빼놓아선 안 된다. 직전 시즌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팀을 강등서 구해냈던 그릴리쉬다. 잔류 직후 팀과 장기 재계약을 하며 헌신할 뜻을 밝힌 그는 올 시즌 경기장에서 그야말로 무쌍난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릴리쉬는 올 시즌 14경기서 5득점 6어시스트는 물론 평균 평점 7.91에 EPL 수위급의 찬스메이킹까지 보여주며 빼어난 모습을 보인다. 케빈 데 브라위너, 브루누 페르난데스 등과 함께 EPL을 대표하는 스타다.

빌라는 단순히 초반 기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올 시즌 리그 상위권에 안착하며 유럽대회도 바라보려 한다. 당장 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증명을 해야 한다. 계속 증명을 해야 이뤄낼 수 있는 과업이다.

하지만 어쨌든 빌라가 과업을 이뤄내느냐와는 별개로 긴 터널을 빠져나온 상황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유로피언컵을 제패했으며,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도 7회에 빛나는 빌라다. 강등을 겪고 또 잔류 경쟁을 하는 등 팀의 위상이 낮아져 있었다. 

스미스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맞은 휴식기에 스미스 감독은 부친상의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도 선수들과 호흡하며 팀을 반등시켰다. 이제 스미스 감독과 빌라 선수들이 기세를 이어가는 일만 남았다. 빌라의 질주가 흥미롭다. 

사진=뉴시스/AP,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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