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천만명 사용하는 메신저 '라인'이 상장폐지된다?
[홍키자의 빅테크-3]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LINE)'이 2020년 12월 29일 일본과 미국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됐습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2016년 7월 상장된 이후 4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바로 일본 1위 포털 '야후재팬'과 합병하기 때문입니다. 야후재팬은 Z홀딩스가 운영하고 있는데요. Z홀딩스의 모회사가 바로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입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출자해 합작법인(A홀딩스)을 만들고,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되는데요. 라인과 야후재팬은 Z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입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합작법인 'A홀딩스'의 초대 이사회 회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입니다.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 지분은 72.64%에 달합니다.
라인은 2011년 6월 출시됐는데요. 2011년 3월, 일본열도를 공포에 몰아넣은 동일본 대지진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해진 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은 쓰나미로 통신이 끊겨 친구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을 보고 "소중한 사람을 '핫라인'으로 이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요. 3개월 만에 서비스가 나왔죠.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해진 당시 네이버컴 대표는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회사를 독립해 1996년 6월 검색 서비스 기반의 '네이버컴'을 차렸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0년 7월, 김범수 한게임커뮤니케이션 대표(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와 네이버컴이 합병했고, 합병 회사는 NHN으로 사명을 바꿨고요. 그 회사가 바로 지금의 네이버로 이름을 바꿨죠.

그러자 모든 임직원이 반대했습니다.
"대표님, NHN의 검색 순위는 지금 전체 5위에 그칩니다. 더구나 한게임은 동종 게임 업체인 넷마블과 피망의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사업도 무르익지 않았는데 왜 일본으로 가시려는 겁니까?"
하지만 김범수 대표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1이 아니면 0이다. 인터넷 사업은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일본 시장에 PC게임 문화가 정착하기 전에 판을 벌여야 한다는 게 이유였어요.
그래서 합병과 동시에 일본으로 건너가 '한게임재팬주식회사'를 세웠고요. 그 회사가 NHN JAPAN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가, 중간에 사업철수 위기 등 시련을 겪은 뒤 지금의 라인이 됐습니다. 지금의 라인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이해진 의장의 시의적절한 판단도 있었지만, 김범수 대표의 일본 시장 개척의 역사도 한몫한 것이지요.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는 우리나라처럼 '카카오톡'이 아닙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전 국민이 라인 메신저를 통해 소통합니다.
라인의 월간 순사용자수(MAU)는 8600만명에 달합니다. 일본 인구가 올해 기준 1억2000만명 수준이니 영유아와 노인 세대를 빼고는 다 쓴다고 보면 됩니다.
일본을 넘어서 태국 등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대하면 라인을 매달 사용하는 인구가 무려 1억6500만명에 달합니다. 아시아 지역 대부분이 메신저로 라인을 선택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1위 메신저 회사가 왜 상장폐지되느냐?
이번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위해서 기존의 상장된 회사인 라인을 상장폐지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고요.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는 도쿄증권거래소에 남아있고, 합작회사 A홀딩스는 비상장회사로 남아서 네이버(라인)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으로 공동운영하게 됩니다.

이들 회사의 합병으로 어떤 강점이 생길까요?
야후재팬은 일본에서 1위 포털 업체로 말 그대로 '국민 포털'입니다. 20년째 일본 포털 사이트 점유율 1위를 독점하고 있죠.
일본 1위 메신저 회사와 일본 1위 포털 회사가 합병하면,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하는 공룡 정보기술(IT)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우리 합병할게. 서로 분야가 비슷하게 겹쳐서 합병하는 게 출혈경쟁을 줄일 수 있고 더 커져 나갈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라인+야후재팬' 아시아 메가 플랫폼으로…구글·페북에 도전(기사 바로가기)
그럼 이득이 무엇일까요?
엄청난 데이터입니다. 1억명이 넘는 순사용자를 보유하게 된 회사가 긁어 들일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고작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가 전부입니다.
IT 기업 성공 방정식 1번이 양질의 데이터 확보예요. 라인이 갖지 못한 야후재팬에서 넘어오는 포털발(發) 전 국민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것이죠. 일본 인터넷 사용자의 검색 이력, 구매 이력, 사이트 체류 빈도 등 온갖 데이터요. 이를 통해 고객별 맞춤형 '타기팅 광고'나 '자산 관리' '상품 추천' 등이 발달할 수 있게 되고요. 인공지능(AI)이 고도화할 배경도 갖추게 되겠죠. 매출은 덤입니다.
상품을 팔려면 기본적으로 거대 인구 기반의 단일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하는데 1억명의 단일 국민 베이스인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더없이 좋은 시장이에요.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아직 금융의 IT화가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페이 시장도 아직 협소하죠. 나라 전체가 디지털화가 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도장 찍는 문화가 남아 있고, 도장 찍는 방식을 전자화하기보다는 도장을 자동으로 찍어주는 로봇을 만드는 형태죠. 전자문서가 보편화돼지 않은 탓입니다.
페이 하나만으로 합작회사가 금융계를 파고든다면, 일본의 전통적인 은행과 카드 산업 등 금융계 전반에 큰 폭풍이 휘몰아칠 겁니다.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동남아시아로도 충분히 금융을 파고들 수 있죠.
금융을 파고든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간편결제의 중요성으로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간편결제 시장을 갖는 자, 천하를 얻는다(기사 바로가기)
이밖에도 쇼핑과 콘텐츠 등에서도 두 회사는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인의 합작회사 설립이 결국 무슨 의미냐고요?

사실 라인은 이미 해외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2019년에만 50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하지 못했거든요. 2018년보다 12배나 더 적자 구조가 심화되면서 네이버의 실적발표 때마다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물론 라인 합작회사는 합병 이후에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지만, 네이버는 올해에 '라인 합작회사'와 '네이버웹툰'의 양 날개로 해외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라인의 적자구조도 합병을 통해 걷어낼 것이고요. 네이버웹툰은 미국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웹툰계의 유튜브'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죠.
여하튼 라인 합작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등장하는지에 따라 한국과 일본, 아시아 전역까지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우리가 이 합병 회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홍성용 기자]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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