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에이전트 해프닝 낳은 '매니지먼트 계약', 이유는 '보유 제한'

신원철 기자 2021. 1.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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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구장 전경.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리그에 공인 대리인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18년 2월부터다. 대부분의 FA 계약, 연봉 계약 등이 마무리된 시점인 만큼 실질적인 시작은 2018년 시즌이 끝난 뒤부터라고 볼 수 있다. 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아직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규정이 불분명하게 적용되거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점이 적지 않다.

지난달 31일에는 해프닝이 있었다. 삼성이 FA 우규민과 계약을 맺었는데,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는 선수협 쪽에 대리인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로 삼성과 협상했다. '미등록 대리인'이 협상에 나선 셈이다. 선수협에 따르면 리코스포츠 측은 '27일 계약했고, 서류 제출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삼성의 오인이 있었다. 삼성은 우규민이 당연히 리코스포츠와 대리인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생각했다. 4년 전에도 그랬고, 그 뒤로 에이전시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난해 12월 26일까지 리코스포츠는 우규민의 대리인이 아니었던 것일까. 한 에이전시가 한 팀에서 3명까지, 최다 15명까지만 대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리코스포츠는 KBO리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에이전시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야구인만 은퇴 선수(이종범 코치 등)와 마이너리거(최현일)를 포함해 43명이고, 이 가운데 현역 KBO리그 선수는 39명에 달한다. 김현수 양의지 등 100억원 전후의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도 적지 않아 '한국의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런데 KBO 공인 대리인 규정상 이 선수들을 모두 한 에이전시가 대리할 수는 없다. 규정은 한 에이전트가 1구단 3명, 총 15명까지만 대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트레이드 등 구단의 선택으로 소속이 바뀐 경우는 예외다). 또 여러 에이전트가 동일 법인 소속이라도 에이전트 1명으로 간주한다. 즉 한 에이전시에 대표 A를 포함한 3명의 에이전트가 속해 있다고 해도 선수 45명을 대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 대리인 계약은 다년 계약이 금지돼 있다. 매년 새로 계약서를 써야 한다. 매니지먼트 계약과 대리인 계약을 분리하는 편법 아닌 편법은 여기서 비롯됐다. 대형 계약을 앞둔 선수와는 대리인 계약을 맺고, 그 뒤에는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전환해 '소속 선수'로 둔다. 우규민 역시 같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에이전트 도입 초기부터 논란을 불러온 규정이기도 하다. 소수 에이전시의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보유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경쟁을 저해하고 선수가 에이전시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한 KBO 관계자는 복수 에이전트가 속한 에이전시의 경우 보유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형 에이전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 대리인 제도 시행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15명 못 채운 곳도,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대형 에이전시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소규모 에이전시는 보유 제한이 있어서 다행이라고도 보기도 한다. 제도를 더 시행해보고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애매한 규정은 또 있다. '한 팀에서 3명까지, 최다 15명까지' 규정에서 FA의 소속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A팀에는 B에이전시 소속 선수 4명이 있었다. 그런데 한 에이전시가 한 팀에서 3명까지만 대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4명 가운데 FA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협 김용기 사무총장 대행은 지난 31일 "FA 선수의 경우 소속팀이 없는 상태라 '한 팀에서 3명까지, 최다 15명까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규정 공백이라는 해석, FA 신분은 소속팀이 없으니 팀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해석이 있다. 운영자문위원회가 열리면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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