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력 구호 나선 완주군" 전국 최초로 '조례' 시행

김동규 기자 2021. 1. 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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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력 46% 연 수입 120만원 이하, 코로나로 기반 붕괴
"수도세, 전기세 낼 돈도 없다" 생계형 문화인들 절규
전북 완주군 문화인력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지원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완주군 제공)2021.1.1/뉴스1

(완주=뉴스1) 김동규 기자 = 전북 완주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기반이 붕괴된 지역 문화예술계를 구호하기 위한 조례가 올해 전국 최초로 시행된다고 1일 밝혔다.

완주군이 지난달 31일 조례를 공포하고 문화예술계 구호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완주군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3월 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속수무책인 지역 문화인력의 피해상황을 진단하는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생계형 지역 문화인력은 “당장 수도세와 전기세 낼 돈도 없다.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피해가 커가고 있다”고 절규했다.

문화도시지원센터를 비롯해 완주문화재단, 완주미디어센터 등 중간 지원조직들은 긴급 지원사업을 편성해 구호에 나섰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며 피해상황을 개선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문화공동체 활동가들은 계속 피해를 호소했고, 문화도시지원센터는 완주문화인 거버넌스 체계를 작동해 문화인력이 수시로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도록 했다.

이렇게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토론에 참여한 문화활동가 인원만 무려 500여 명에 육박한다.

완주군은 코로나19 등 재난적 위기상황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이고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지난 10월에는 군의회와 문화인력 120여명이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해 지역문화 위기대응 조례안을 확정할 수 있었다.

조례안은 세부 법률검토와 관계기관 자문을 거쳐 완성됐으며, 군회의에 전달돼 유의식 의원이 발의하고 11명의 전 의원이 동참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전북 완주군 문화인력이 코로나19 피해와 지원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완주군 제공)2021.1.1© 뉴스1

이번 조례는 주민이 직접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안해 만들어낸 시민 거버넌스 조례라는 점과 지역문화계의 위기에 대응하는 전국 최초의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화계의 위기상황에서도 문화인력의 생계유지를 위한 긴급지원을 추진했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즉각 시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각종 공연과 전시, 문화예술 교육사업 등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돼 1인 사업체, 파트타임·시간제, 일용직 신분인 문화인력의 절대다수가 무기한 휴직이거나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전북연구원은 이와 관련, 무기한 휴직이나 실직 위기에 있는 고용취약 예술인이 대략 3만1000명에서 최대 7만9000여명에 육박하고 실직 상태에 직면하게 될 프리랜서 예술인도 적게는 5만1000여명에서 최대 12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다 문화예술인은 기업에 고용되지 않은 프로젝트형 프리랜서 비율이 72.5%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 법적인 권리인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없다. 계약서 문화도 정착돼 있지 않아 행사 개최나 출연에 대한 약속이 명확하지 않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문화예술 활동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은 더욱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예술인 실태조사(2018년)와 완주문화재단이 진행한 완주문화예술인 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국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는 약 120만명에 이르고 평균 예술활동 수입은 연 1281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500~600명 정도인 완주군의 문화예술분야 종사자의 경우 연 120만원 이하가 46.0%를 차지하고, 연 120만~600만원이 19.2%, 연 600만~1200만 원이 6.2% 등인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격차를 보였다.

완주군은 이와 관련, 총 8조로 구성된 ‘완주군 지역문화계 재난위기 구호와 활동 안전망 구축에 관한 조례’에 지역 문화계의 실태조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3조)하고, 경력정보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관한 사항(4조)도 포함했다.

또 실질적인 구호를 위해 재난위기 구호와 안전망 구축에 관한 심의·의결을 위한 ‘지역문화활동 안전협의회’를 둔다고 명시했으며,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완주문화안전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6조)고 명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박성일 군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의 문화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문화인력이 스스로 완주의 문화를 걱정해 위기대응 지원체계를 제안해 줬고, 행정과 의회도 크게 공감해 관련 조례 공포의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조례는 300일 넘게 주민들이 토론하고 제안한 내용이 그래도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자랑스럽다”며 “완주가 시민 거버넌스가 살아 있는 대표적인 도시라는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된 만큼 실질적 운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dg206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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