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날마다 갱신되는 '노동자의 부고'

사진 장진영·글 김애란 2021. 1. 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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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 노동하며 사는 세상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노동이란 말을 혐오한다.

노동이 비노동으로 전락해도, 노동인 채 노동으로 존재해도, 노동이 으깨져도, 노동이 주장해도, 노동이니까 하고, 노동인 주제에 하고, 훈계하고 모욕한다.

노동혐오 이전에 약자혐오고 기이한 자기부정이다.

그사이 날마다 갱신되는 노동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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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전라북도 전주 아중저수지. 2017년 1월22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씨가 콜센터에서 일하다 실적 경쟁과 ‘콜 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저수지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우리 대부분 노동하며 사는 세상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노동이란 말을 혐오한다. 노동이 비노동으로 전락해도, 노동인 채 노동으로 존재해도, 노동이 으깨져도, 노동이 주장해도, 노동이니까 하고, 노동인 주제에 하고, 훈계하고 모욕한다. 노동혐오 이전에 약자혐오고 기이한 자기부정이다. 내 자리와 저 자리는 다르다는 철석같은 믿음.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살피는 건 공정치 않다는 불만. 그사이 날마다 갱신되는 노동의 부고. 마치 ‘코로나 시대의 장례’처럼, 여기 누군가의 죽음을 수십 년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사회가 있다. 어제도 또 방금 전에도 현장에서 누군가 막 숨을 거둔 어떤 사회가.

ⓒ장진영충청남도 태안화력발전소. 2018년 12월10일 새벽 혼자 작업을 하던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죽었다.
ⓒ장진영충청북도 진천 CJ제일제당 진천공장. 2014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김동준씨가 일터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기숙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사진 장진영·글 김애란(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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