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고기 될 생각 없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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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한 학생 시위의 주동자로 한때 경찰에 쫓겨 다닌 아버지는 어느 날 고백하셨습니다.
폭우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다 어느 집 지붕에 안착한 소 떼.
희한한 구경거리에 행인들이 수군거리다 누군가 의미를 부여했죠.
"이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의 상징이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생긴 일이니 무리한 해석은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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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한 학생 시위의 주동자로 한때 경찰에 쫓겨 다닌 아버지는 어느 날 고백하셨습니다. 처음엔 올라갈 생각이 없었노라고.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에 올라간 이들의 사연은 모두 다르겠지만, 엉겁결에 시위가 ‘돼버린’ 경우도 있겠죠. 폭우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다 어느 집 지붕에 안착한 소 떼. 희한한 구경거리에 행인들이 수군거리다 누군가 의미를 부여했죠. “이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의 상징이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생긴 일이니 무리한 해석은 아니었죠. 혹자는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가 소고기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건 소의 말없는 아우성”이라고 말해봅니다. 다들 한마디씩 던지고 뒤돌아설 때, 찰나의 주인공 소는 결국 달라진 게 없는 운명을 맞으러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오로지 죽일 목적으로 하사한 생명에게, 자꾸 의미를 부여하는 이 마음도 우리 본성의 일부일까요?
사진 조남진·글 김한민(작가)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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