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경계에서 태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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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은 호젓한 바닷가 마을로 국경의 묘한 긴장감을 간직한 곳이다.
가장 오래된 감시초소 고성GP가 기능을 멈추면서, 65년여 분단의 긴장감으로 압축되었던 공간이 일순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경계(警戒)하던 경계(境界)의 일부가 지워졌다.
꽃 진 자리에 열매가 들어서듯 날선 이념의 경계가 지워진 곳에는 무엇이 채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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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은 호젓한 바닷가 마을로 국경의 묘한 긴장감을 간직한 곳이다. 가장 오래된 감시초소 고성GP가 기능을 멈추면서, 65년여 분단의 긴장감으로 압축되었던 공간이 일순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공간성이 극에서 극으로 전복되는 아이러니. 가장 경계(警戒)하던 경계(境界)의 일부가 지워졌다. 병력도 화기도 긴장도 사라졌다. 작은 초소가 있던 곳 주변을 군인 대신 관광객들이 느긋하게 산책한다.
남북의 경계는 철책에 있지 않았다. 총부리를 겨누고 긴장을 품는 마음에 있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함민복 시인의 시구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경계는 다채로운 에너지를 품는다. 꽃 진 자리에 열매가 들어서듯 날선 이념의 경계가 지워진 곳에는 무엇이 채워질까. 바다와 백사장의 경계에서 역동적인 파도가 태어나듯, 경계에서 태어나는 것이 있다. 있을 것이다.
사진 김전기·글 이상협(시인·아나운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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