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어린 손들이 흰 국화를 들게 하지 말라
사진 조남진·글 허은실 2021. 1. 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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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다'는 '어디에 갔다가 돌아오다'란 뜻의 합성어.
한 단어다.
'다니다'와 '돌아오다'라는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 동작의 완결성을 내포한다.
노동 현장에서 을들은 피동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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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다’는 ‘어디에 갔다가 돌아오다’란 뜻의 합성어. 한 단어다. ‘다니다’와 ‘돌아오다’라는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 동작의 완결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자본의 칼이 이 말을 가른다.
‘떨어지다, 끼이다, 눌리다, 갇히다, 잠기다, 그을리다…’는 피동사. 노동 현장에서 을들은 피동으로 존재한다. 아니 죽임당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살해되다’로 표현됨이 옳다. 혹은 ‘잡아먹히다’.
“다녀올게” 하고 나선 이들이 떨어지고 부서지고 끼이고 눌리고 갇히고 잠기고 그을려, 다녀-‘오지’ 못하는 세계를 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왜 이렇게 많은 아저씨들이 한꺼번에 사진으로 놓여 있는지 어리둥절한 네게.
더는 어린 손들이 흰 국화를 들게 하지 말라. 저 눈에, 검은 띠를 두른 아빠의 얼굴을 담게는.
사진 조남진·글 허은실(시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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