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예상대로 신년사 생략..대남 메시지 없었다

김미경 2021. 1. 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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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예고 않고 신년사 없이 발행
전 주민들 향해 '친필 연하장'만 공개
199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래 처음
1월 초순 개최 임박..8차 당대회 영향
통일부 "北 당 대회서 남북대화 제의할 수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에도 전년과 마찬가지로 육성 신년사를 사실상 생략했다. 대신 전 주민 앞으로 보낸 친필 연하장을 통해 “새해에도 힘차게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 없이 1월 초 예고한 ‘8차 당 대회’에서 구체적인 신년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한이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열병식 참가자 및 경축대표와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 위원장, 친필 서한으로 신년사 대체…“위대한 인민 받들 것”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동지께서 희망찬 새해 주체 110년(2021년)을 맞으며 전체 인민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고 1면 전체를 털어 204자 분량의 ‘친필서한’을 실었다. 올해 신년사는 발표하지 않고 친필 서한으로 새해 메시지를 갈음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하장 성격의 서한에서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립니다”며 “나는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새해를 맞으며 전체 인민에게 축원의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라며 “온 나라 모든 가정의 소중한 행복이 더 활짝 꽃피기를 부디 바라며 사랑하는 인민들의 귀한 안녕을 경건히 축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스스로를 향해서는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신”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친필서한’은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통상적인 ‘신년사’와 다르다. 이날 친필 서한을 보면 모두 204자, 여섯 문장으로 비교적 짧은 분량이다. 통상적인 신년사와 달리 대내외 메시지나 정책 전략을 담고 있지도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민들에 새해맞이 친필 서한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월 초순 예고한 당대회서 대내외 정책 밝힐 듯

새해 국가 기조나 앞으로 대내외 방침 등은 8차 당 대회를 기조 연설을 통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운영 청사진과 대내외 메시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당 대회나 신년사의 성격이 중복되는 만큼, 신년사 대신 주민에 보내는 친필 연하장으로 갈음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8차 당 대회를 1월 초순 개최한다고만 발표했을 뿐 아직까지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이 평양에 집결해 당 대회 대표증을 수여한 사실만 지난해 12월31일 전했다. 일단 북한이 1월 초순에 개최한다고 명시한 만큼, 당 대회는 늦어도 10일 이전에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번 김 위원장의 친필 서한과 관련해 “시간상 이번 축하문은 당대회 개회사와 결정서의 중복을 피하고 특히 당대회 메세지에 선택과 집중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예상한 대로”라며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우선 축하인사를 건넨 것인데,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강조해 왔듯이 당과 국가사업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구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임 교수는 “지난해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 내용과 맥락이 비슷해 보이며, 인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곧 있을 8차 당대회에서의 핵심 키워드가 ‘인민’,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며 “또한 ‘우리 인민의 리상과 념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언급했는데, 이 역시 이번 당대회가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새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데일리 DB).
친필 서한은 26년만…통일부 “당대회서 남북대화 제의할 수도”

북한 최고지도자가 신년사가 아닌 주민 앞으로 ‘친필서한’ 또는 ‘연하장’을 발표한 것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듬해인 1995년 1월1일 이후 26년만이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피눈물속에 199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전사, 위대한 수령님의 제자답게 내 나라, 내 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힘차게 일해 나갑시다. 1995년 1월1일 김정일”이라고 쓴 연하장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래 거의 매년 1월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했지만, 올해는 8차 당대회가 임박하고 사업총화보고 등 육성으로 메시지를 발신할 기회가 많아 신년사를 생략하고 친필서한으로 주민들에게 신년 인사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신년사를 생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공동사설로, 지난해에는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전원회의를 진행하면서 한 연설을 2020년 1월 1일 공개해 사실상 신년사를 대체한 전례가 있다.

한편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유화적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달 31일 배포한 ‘북한 8차 당대회 관련 참고자료’에서 “남북대화 제의 등 대남메시지 발신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임을 의식해 북한이 온건 기조의 대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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