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의 '대형' 소원.."올핸 대한민국 에이스가 되겠어요"

수원 | 김은진 기자 2021. 1.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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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크게 잡아야 노력할 수 있다" 데뷔 때부터 당찬 포부
13승·신인왕 등 완벽했던 작년..올 목표는 "건강한 한 해"
"여자 친구 안 급해..마스크 벗고 올림픽 무대서 던지고파"

[경향신문]

2020시즌 KBO리그 신인왕 KT 소형준이 지난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한 뒤 송진 가루를 날리며 미소짓고 있다. 수원 | 박민규 선임기자

딱 1년 전, 데뷔 준비를 할 때는 1군에서 뛰는 것이 목표였다. 스프링캠프에서는 당찬 포부를 세웠다. 10승 하고, 신인왕을 받겠다고 했다. “꿈을 크게 잡아야 노력할 수 있다”며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소형준(20·KT)은 목표를 전부 달성했다. 13승(6패), 평균자책 3.86의 압도적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더할 나위 없었던 2020년을 보내고 맞이하는 2021년, 소형준은 이제 ‘슈퍼 루키’가 아닌 ‘슈퍼 에이스’가 되는 길로 직진을 준비하고 있다.

소형준은 시즌 뒤 각종 시상식에서 5개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너무 잘한 데뷔 시즌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소형준은 “상 받고 인터뷰 많이 하다보니 계속 잘해서 이렇게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또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풀렸기에 다음 시즌 궁리를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잘됐던 점과 안됐던 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시즌 내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하나씩 해결해갔던 소형준은 2021년의 숙제 역시 이미 정해두었다.

처음으로 시즌을 끝까지 뛰다보니 후반기 힘이 떨어져 직구 구속이 낮아진 것은 가장 큰 숙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체력을 좀 더 다지기 위해 근력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커브가 주무기였던 소형준은 시즌 중반부터 새로 장착한 컷패스트볼을 앞세워 강력한 투수로 거듭났다. 장점인 변화구에도 숙제는 있다. 소형준은 “커터가 손에 완벽히 익지 않아 좌타자 몸쪽에서 더 정교하게 제구할 수 있도록 더 연습하려 한다. 커터 위주로 던지다보니 후반기에는 커브 감을 좀 잃은 것 같기도 했다”며 “갖고 있는 것들을 다 100%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신인왕\' KT 소형준이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소형준은 \

2020년을 한마디로 정리해달라고 하자 소형준은 “완벽했다”고 답했다. 2021년의 목표를 물으니 “그것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 전 목표를 세운 뒤 모두 실행한 2020년처럼 2021년에도 자신과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 달린다.

소형준은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한 2021년이다. 나도, 팀도 새해에 2020년만큼 해야 한다”며 “개인기록은 2020년만큼만 해도 좋지만 모든 부문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다. 2년 연속 10승도 하고 이닝을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가을야구를 또 해야 할 이유는 확실하다. KT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던 소형준은 떨지도 않고 6.2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4차전에서는 중간계투로 나가자마자 홈런을 맞았다. 선제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위력투로 “보통 신인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받았다. 좋았지만 아프기도 했던 첫 가을야구의 교훈을 잘 새기고 있다.

소형준은 “홈런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을 느꼈고, 지금도 그래서 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맞고 나서 잘 던지는 건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가을야구에서는 더 강해지겠다는 각오도 하고 있다.

2020년 많은 기록에 이름을 새겼지만 소형준은 아직 소년 티를 다 벗지 못한 갓 스물의 청년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유혹도 많을 때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며 앞만 바라보는 바른 신세대이기도 하다.

요즘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느냐는 물음에 소형준은 “연봉 협상”이라고 했다. 소형준은 에이전트가 없다. 에이전시들이 ‘슈퍼 루키’를 가만 둘 리 없었지만 소형준은 정중히 사양했다. 소형준은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중에 하게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면서 “협상을 직접 하는데 처음이라 긴장이 좀 된다”며 웃었다. 긴장은 되지만 소형준은 성적을 통해 2018년 신인왕 강백호(1억2000만원)를 넘는 역대 KT 2년차 최고 연봉을 사실상 예약해놨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도 대수롭지 않게 털어놨다. 소형준은 “여자친구와 교제는 고1 때 이후 없었다. 별로 급한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아직은 야구선수로 자리 잡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구선수로 최고가 되는 것이 꿈인 소형준은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 생각만 하는 ‘어린 프로’다. 운동 마치고 집에 가면 온라인 야구 동영상에 빠져든다.

아이돌의 화려한 무대보다는 워커 뷸러,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등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화려한 탈삼진 동영상이 ‘최애템’이다. 소형준은 “나는 삼진형 투수가 아니지만 그런 영상을 많이 보면 마운드에서도 순간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이 된다. 2스트라이크 1볼에 그런 영상을 생각하고 던지면 공이 진짜 그렇게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새해 소원도 결국은 야구 얘기로 돌아간다. ‘에이스로 가는 길’이다.

소형준은 “첫째는 마스크를 빨리 벗는 것, 둘째는 그래서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것, 셋째는 내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에이스가 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내가 바라보고 싶은 큰 목표이기 때문”이라며 “2020년 출발을 잘했으니 새해에도 착실히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빛났던 2020년처럼, 소형준은 2021년의 자신과도 약속을 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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