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의 진일보 '스위트홈', 짜임새는 글쎄[게기자의 방구석1열]

이게은 2021. 1. 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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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한국 콘텐츠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니.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진일보한 장르물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스위트홈'은 마땅히 주목받아야 될 작품이다. 하지만 곳곳에 퍼진 허술한 지점들은 다소 아쉬움도 남긴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0부작 '스위트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공개 직후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8개국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고 미국 8위, 프랑스 10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넷플릭스 톱 10위에 오른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드라마 본고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는 점도 괄목할 만하다.

'스위트홈'은 공개 전부터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회당 30억 원에 육박하는 제작비가 스케일을 기대하게 했고 동명의 인기 원작 웹툰이 드라마화됐다는 점, 또 넷플릭스와 만나 어떤 그림을 만들지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을 높였다. 공개 2주가 지난 현재, 장르적 재미가 호평받으며 여전히 핫 콘텐츠에 올라있고 배우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등 신예까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위트홈'은 가족을 잃고 학교 폭력을 당한 아픔까지 있는 고등학생 차현수(송강 분)가 재개발만 기다리는 노후 아파트 그린홈로 이사간 후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았다. 마음을 열지 않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현수는 그린홈 주민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자신만이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난데없는 괴물의 등장으로 세상의 멸망이라는 더 지옥 같은 현실에 직면했지만 주민들을 의지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성장한다.

복잡한 사연을 가진 현수를 비롯해 나머지 캐릭터들도 개성 있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스터리한 전직 살인청부업자 편상욱(이진욱 분), 용감한 특전사 출신 소방관 서이경(이시영 분),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의대생 이은혁(이도현 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교사 정재헌(김남희 분), 까칠한 사춘기 소녀 이은유(고민시 분), 털털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베이시스트 윤지수(박규영 분) 등이 그렇다. 

이들은 괴물과 맞서며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말 못 할 사연을 꺼내 보이며 위로하고 공감한다. 그린홈 주민들만의 인간적 연대는 '스위트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들의 리얼한 관계성은 호연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름만 들어도 끄덕이게 되는 이진욱, 이시영, 김갑수를 비롯해 조금 낯선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등도 힘을 보태며 몰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매 회, 주요 인물들 이야기가 틀이 잡혀있다기보다 산만하게 흩어져있다. A에게 집중하려던 찰나 다른 에피소드가 터지고, 그러다 보면 B에게 몰입하게 되는데 이 역시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게 하는 구성. 주요 인물만 10명인데 선택과 집중도 필요한 건 아니었을지 붕 뜬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해괴망측한 연근괴물, 근육괴물, 눈알괴물 등 각종 괴물의 등장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에 참여했던 글로벌 SFX(Special Effects·특수효과) 업체 스펙트럴 모션, 할리우드 특수효과팀 레거시 이펙츠가 컴퓨터그래픽(CG), 특수분장에 참여해 질을 높인 만큼 꽤 리얼한 괴물이 탄생했다.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꽤 자연스레 스며든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스위트홈'에서의 괴물은 인간의 욕망에서 탄생하는 것인데 이 점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아 혼선을 준다. 이를테면 좀비처럼 단순히 사람 간의 전염으로 비롯되는 게 아닌데 마치 그런듯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 괴물의 탄생이 인간의 욕망과 관련됐다는 것이 대사로 언급되긴 하지만 인과관계를 또렷하게 담지 못해 부족한 짜임새를 드러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 이매진 드래곤즈(Imagine Dragons)의 '워리어(Warriors)', 비와이의 '나란히'도 극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긴장감을 낮춘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은 해당 장면의 분위기를 극대화하거나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 쓰이기 마련인데, '스위트홈'에서는 이렇게 발현되기는 커녕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긴박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은 곡 선정은 당혹스럽다.

구성력이 촘촘하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자체만으로, '스위트홈' 표 실험적인 구성과 한계를 넓힌 결과물은 호평받기에 부족함은 없다. 허술한 부분이 보여도 한국형 크리처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다음 시즌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 만큼 더욱 정교해질 '스위트홈'이 기다려진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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