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라도 새해소망 빌고싶어"..코로나에 막힌 남산 해돋이

황덕현 기자,김근욱 기자 2021. 1. 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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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일출명소 통제로 못가고 등산로 1~2분 멈춰 해돋이
"친구들 학교에서 보고 싶다" "딸 취직 성공하길" 눈물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6시께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김근욱 기자 = 어스름이 걷히기 전인 1일 오전 5시30분께, 서울 후암초등학교 5학년 김창수군(가명·12)은 서울 용산구 자택을 나서 남산을 올랐다.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친구 3명과 함께 땀 흘리며 1시간가량을 오른 김군은 희미하게 밝아오는 동쪽을 바라봤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와 관련, 거리두기 지침 등 때문에 애초에 남산서울타워 코앞까지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왔다. 정상 정복이 코앞에서 막힌 셈이다. 그래도 김군은 마냥 아쉽지 않다. 먼동이 트는 쪽을 바라보면서 단 1분이라도, 꼭 빌고 싶은 신축년(辛丑年) 새해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많이 못 보고, 또 같이 못 논 게 아쉽다"면서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건강하게 학교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곳곳의 해맞이 명소가 강도 높은 통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멀리서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이곳저곳에선 시민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여러 장소에 대한 진입차단이 널리 홍보된 데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세밑 한파가 이날까지 이어지면서 대부분은 '집콕'(집에서 새해맞이)을 선택했지만 김군처럼 '코로나19 종식' 등 소원을 비는 이들도 있었다.

남산타워의 경우 셔틀버스 통행을 중지했다. 올라가려면 걸어서 해발 270m 가량을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주차장과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더라도 통상 해맞이를 하는 타워 바로 아래나 전망대 등엔 경찰과 용산구 직원 등이 통제로 갈 수 없다.해 뜨는 방향에는 오래 서 있지 못하도록 계도하고 있는 탓에 시간을 맞춰 남산 등산을 하더라도 멈춰있을 수 있는 시간은 1~2분 남짓에 불과하다.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6시께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한 시민이 출입통제된 전망대 앞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김근욱 기자

40대 박창선씨는 그럼에도 마스크를 깊게 눌러쓰고 남산에 올랐다. 박씨는 "방역수칙은 당연히 따르는 것인데, 매년 이곳에서 해뜨는 것을 봤는데 올해 제대로 못봐서 아쉬운 마음에 먼발치에서 일출을 보러 왔다"고 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박씨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영업도, 미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는 실적을 잘 쌓고,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면서 1~2분여 해맞이한 뒤 자리를 떠났다.

마포구 합정역 인근 절두산 순교성지 인근에도 시민 20여명이 눈에 띄었다. 한강 변에 센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하회(오전 7시30분 기준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상 서울 체감 최저 -13.7도)했지만 먼동트는 모습을 연신 휴대전화에 기록했다.

50대 양모씨는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일출을 보러 온 게 아니라 매일 아침 산책을 나오는데, 오늘따라 지쳤던 지난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는 그는 "코로나19로 딸 취직이 연거푸 실패했는데, 올해는 원하는 꿈 꼭 이루길 바란다"면서 걸음을 옮겼다.

1일 오전 새해 일출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일순간 붐비고 있다. © 뉴스1 김근욱 기자

다만 해 뜨는 시각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거리두기가 무너지거나 경찰, 공무원의 계도를 따르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남산에선 오전 7시30분께 날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하자 한곳에서 40~50명 이상이 모여 "움직여달라. 그렇지 않으면 거리라도 벌려달라"는 요청에도 아랑곳 않고 서서 버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에 따르면 이날(1일) 주요지역 일출 시각은 최동단 울릉도와 독도 07시31분, 강릉 07시40분, 서울 7시47분 등이다.

일출 명소 일출시간은 정동진 7시40분, 태백산 7시38분, 간절곳 7시32분 등이다.

다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로 온라인 감상을 추천했다.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해돋이와 해넘이 등을 보기 위해 연말연시에 방문객이 많이 찾는 강릉 정동진,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서울 남산공원 등 주요 관광명소, 국공립공원 등은 폐쇄하고 방문객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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