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OTT 문화혁명] 토종 OTT "우리도 있다".. 경쟁 뛰어들었지만

라제기 2021. 1.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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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의 첫 자체 제작 콘텐츠 'SF8'. 8부작 옴니버스로 소장파 감독 8명이 참여했다. 웨이브 제공

“국내 업체는 많지만 글쎄요,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요.”

국내 한 영화사 대표가 내린 국내 동영상스트링서비스(OTT)에 대한 평가다. OTT업체는 넘쳐나는데, 정작 글로벌 OTT에 맞서 싸울 힘은 있냐는 의문이다.

국내 업체만 놓고 봐도 OTT시장은 춘추전국이다. 일단 주요 OTT로 꼽을 만한 곳은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KBSㆍMBCㆍSBS)가 손잡고 설립한 웨이브, CJ그룹 계열 티빙, 영상물 평가 앱으로 시작해 OTT강자로 자리잡은 왓챠다. 카카오M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카카오TV는 최근 눈에 띄는 OTT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국내 OTT는 더 있다. 통신사 KT는 시즌을 운영하고 있고, 영화투자배급업과 극장업을 겸하고 있는 롯데컬처웍스는 씨츄를 2018년 출범시켰다. 이커머스업체 쿠팡까지 지난달 24일 쿠팡플레이를 선보이며 OTT전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OTT 대다수는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공언한다. 2019년 9월 출범한 웨이브는 2023년까지 콘텐츠에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700억원 가량을 썼고, 올해는 900억원 이상을 콘텐츠 제작에 쏟는다. 웨이브 관계자는 “올해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가 최소 2편”이라며 “드라마 위주로 제작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빙이 올해 선보일 첫 자체 제작 콘텐츠 '여고추리반'의 포스터. 티빙 제공

티빙 역시 공격적이다. 지난해 10월 CJ ENM으로부터 물적 분할을 완료하고 종합편성(종편)채널 JTBC와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공룡 포털 네이버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티빙 관계자는 “네이버와는 어떻게 협업할지 의견을 나누는 단계”라며 “(CJ ENM 자회사인)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협력해 만드는 독점 콘텐츠를 올해 다수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은 첫 독점 콘텐츠로 추리물 ‘여고추리반’을 이달 말 내놓는다.

카카오TV도 물량 공세를 취하고 있다. 출범 당시 3년 동안 2,0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M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10편 가량의 드라마와 영화 등을 자체 제작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M은 카카오TV 출범을 앞두고 영화사 사나이픽쳐스와 월광을 인수했고, 연예기획사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한지민, 한효주 등 소속)와 숲엔터테인먼트(공유, 공효진, 전도연 등 소속), 제이와이드컴퍼니(김태리, 이상윤 등 소속)의 최대 주주가 됐다. 소속 배우만 130여명 정도다. 콘텐츠 제작 역량은 국내 OTT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카카오M 관계자는 “유료화 계획이 있으나 기존 OTT처럼 정액제로 할지 등 구체적인 방식은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왓챠는 자체 제작 콘텐츠 없이 미국 케이블방송 HBO의 드라마 등을 독점 공급하며 입지를 다져왔으나 최근 전략을 수정했다. 올해부터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기획에 들어간다. 왓챠 관계자는 “다큐멘터리는 올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플레이는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에 부정적이다. OTT를 이커머스의 보조적인 혜택 중 하나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쿠팡 관계자는 “월 이용료 2,900원은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을 위한 로켓와우 요금”이라며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 이용자들을 위한 영상 무제한 무료 시청”이라고 말했다.

카카오TV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 '며느라기'.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카카오M 제공

국내 OTT 대부분이 콘텐츠 확보에 전력을 다하며 시장 넓히기를 꾀하지만, 글로벌 OTT에 대적하긴 역부족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공개가 확정된 콘텐츠만 17편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승리호’를 비롯해 배우 정우성 제작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고요의 바다’, 영화 ‘수상한 그녀’(2014)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이 선보이는 드라마 ‘킹덤: 아신전’,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백스피릿’ 등이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국내 OTT를 압도한다. 디즈니플러스까지 빠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륙할 예정이라 국내 OTT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국내 OTT의 어정쩡한 전략도 걸림돌이다. 티빙의 계열사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콘텐츠 21편 이상을 2022년까지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2019년 계약을 맺었다. 티빙이 스튜디오드래곤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독점 콘텐츠 양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카카오M은 ‘며느라기’와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공급하고 있다. “시청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카카오M 관계자)고 하나 독점 콘텐츠를 늘려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OTT 게임의 법칙과 동떨어져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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