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얼떨결에 앞당긴 '공교육 디지털화'..학습격차 '고민'

정지형 기자 2021. 1. 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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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학습터·교육과정 유연화로 학습격차 줄여야
지난달 15일 서울 노원구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교육현장은 전례 없는 변화를 겪었다. 공교육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으로 학기를 시작했으며 학교수업도 교실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열렸다.

교육계에서는 불가피하게 시작된 원격수업으로 혼란도 컸지만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공교육에도 디지털 기술 활용이 활성화된 점은 새로운 교육방법을 시도할 계기가 됐다.

다만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격차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진행했지만 미래교육 앞서 경험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도된 원격수업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공교육 체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초기 혼란도 컸지만 현재는 대체로 온라인 교육이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준비 없이 원격수업이 진행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한국 교사처럼 빠르게 적응해서 원격수업을 진행한 나라는 세계에 별로 없다"라고 평가했다.

교육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원격수업을 바탕으로 미래교육을 앞당기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여러 디지털 기술을 학교교육에 접목해 학생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등 공교육 질을 끌어올리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원격수업 최전선에 있는 현장 교사도 미래교육을 앞당긴 것은 코로나19로 얻은 점 중 하나라고 봤다. 특히나 보수적인 교직사회에서 강제로라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서 아날로그에 맞춰진 학교교육에 균열이 일었다.

대구 진월초에서 근무하는 신민철 교사는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교사 비중이 늘었다"면서 "전반적으로 학교교육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도구적 측면에서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도 클라우드 등 디지털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 같다"면서 "그런 도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는 점이 중요한데 코로나19가 (아날로그) 교육의 포화점을 터트렸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학교는 도태될 것

교사 사이에서도 원격수업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개통한 '지식샘터' 사이트에서는 교사 주도로 에듀테크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가 이어졌다.

유튜브에서도 교사들이 올린 원격수업 학습자료 제작법이나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사용법 설명과 같은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계에서도 학교교육 디지털화가 탄력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김환 경기 안양 백영고 교사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학교는 도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 학교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원격수업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김 교사는 "모든 학교가 코로나19로 디지털 교육 시스템을 경험한 셈"이라며 "이 시스템을 얼마나 예리하게 개별 학교 형편에 맞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학교 사이에 엄청난 편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나치게 에듀테크를 중심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적 효과이지 에듀테크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 교사는 "(에듀테크를 활용해) 화려한 수업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전인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맞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도구의 맹점에 빠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학습격차는 여전한 과제

차세대 미래교육을 맛보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음지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격차 해소 문제는 교육계에서 우려가 큰 사항 중 하나다.

김 교사는 "원격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가정에서 학습하는데 가정마다 학습 여건에 차이가 있다"면서 "맞벌이 등을 이유로 학생을 봐줄 수 있는 부모가 없는 경우 사실상 학생이 방치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당국은 교육안전망 강화방안을 마련해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나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지원을 시행해왔다. 수석교사 등이 학생들을 전담해 학습상담을 하거나 원격수업 도우미 역할을 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만큼 학습격차 최소화를 위해 온라인 학습도우미가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학습터를 늘려 방치되는 학생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 교수는 "(지역사회에) 온라인 학습터를 만들어 (학생들이) 와서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온라인 학습을 할 경우 반드시 도우미가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다소 교육과정을 유연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점을 고려해 교육과정상 미진한 부분 보완이 올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봉은초 교장인 한상윤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은 "교육과정을 유연화해 올해 적용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면서 "원격수업 자체가 힘든 초등 저학년에 맞는 별도 핀포인트 정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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