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액면가 붕괴 굴욕..대우건설이 비상(飛上) 하려면 [株포트라이트]

2021. 1. 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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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제공]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대우건설은 건설명가로 불립니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은 크게 빛이 바랬습니다. 건설사들은 흔히 시공능력평가(시평)으로 불리는 지표로 순위를 매깁니다. 2020년 대우건설은 6위로 탑5 자리에서 밀려 났습니다. 그 자리는 포스코건설이 차지했네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시평 1위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악몽이 된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

대우건설의 경쟁력이 하락한 데는 아무래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후 투자 약정을 이행하지 못해 거센 구조조정을 거치며 현재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몰락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또한 적잖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산업은행 산하의 체제로 편입되면서 비용 절감 등의 긴축 경영 기조가 강화되며 수세적 경영으로 내몰리게 됐습니다.

그룹의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타 건설사들과 달리 대우건설은 영업 경쟁력으로 사세를 키워왔지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은 필연적으로 수주량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액면가 굴욕 탈출 목전…유가 상승도 주목

이런 이유로 대우건설은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굴욕의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종가를 기준으로 주가가 액면가를 상회한 건 2019년 7월2일이 마지막이네요.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4일에 장중에 5450원까지 상승하며 5000원을 돌파하나 싶었지만,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액면가를 하회했습니다. 그럼에도 12월 한달 간 상승률은 42%에 달합니다.

연말 주가의 깜짝 상승은 해외 대규모 수주 효과가 컸습니다. 대우건설은 30일 이라크 정부와 알포(Al Faw) 신항만 건설 1단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대우건설은 5개 부두 건설과 컨테이

너 야적장 조성, 선박이 항에 접근하기 위한 주운수로 굴착·준설 등을 맡게 됩니다. 사업 규모는 총 26억25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최근 수년 간 비중이 크게 낮아져 온 해외사업에서 대형 수주가 나오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 같습니다. 대우건설의 연간 매출은 대략 8조원 내외로 예상되는데, 사실상 대부분을 주택 사업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예상치 기준 5조1500억원의 매출이 주택 매출입니다. 국내와 해외 매출의 비중은 6조2600억원과 1조7800억원 가량입니다.

내년 주택 공급 물량 확대에 주목해야

이를 보면 본질적인 수익성의 핵심은 국내 주택 사업의 확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30일 주가가 크게 오른 점도 내년도 주택 공급 확대 기대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년도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합니다. 규제 산업이라 정부의 입감에 순응적인 건설사로서는 수익성이 높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라는 주문을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주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라크 대형 수주가 전해진 지난 24일 주가는 시초가 보다 크게 하락한 음봉을 그렸지만, 내년도 주택 공급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30일에는 하락 출발하던 주가를 액면가까지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했습니다.

‘푸르지오’ 브랜드가 래미안이나 자이, 아이파크 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그래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입니다.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려면 해외 수주 사업의 사이즈가 커져야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유가의 반등이 있어야겠네요.

건설사들의 플랜트 수주가 상당수 산유국들에서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주가 지수에 비해 건설업종이 소외돼 있었던 만큼 액면가 회복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주가가 올라야 산업은행도 대우건설에 매각에 나설 수 있을텐데요. 언제 주인을 찾을 수 있을 지는 주주들의 오랜 관심사입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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