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뱅크시 아트·록 음악의 통쾌한 반란..뮤지컬 '그라피티'

이재훈 2021. 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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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본 듯한 요소들이 뒤엉키면서 통쾌함을 안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뮤지컬 '그라피티'는 대중문화의 각종 요소를 적극적으로 빨아들였다.

뮤지컬 '그라피티'도 뱅크시의 세계관을 따라간다.

영국의 일렉트로닉 트립합 밴드 '매시브 어택' 멤버 로버트 델 나자가 뱅크시라는 설이 유력한데, 그라피티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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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1월3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울=뉴시스] 뮤지컬 '그라피티'. 2020.12.31. (사진 = 우리별이야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디에선가 본 듯한 요소들이 뒤엉키면서 통쾌함을 안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뮤지컬 '그라피티'는 대중문화의 각종 요소를 적극적으로 빨아들였다.

제작진이 이미 밝힌 것처럼, 모티브 자체가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다. 지금까지 제대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뱅크시는 세계의 여러 거리, 건물 외벽에 그라피티를 남겨 명성을 얻었다.

뮤지컬 '그라피티'도 뱅크시의 세계관을 따라간다. DC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담을 연상케 하는 에덴시(市). 이곳의 최고 부자이자 치안 책임자인 클라인 뷰포트는 물욕·권력욕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아들 타일러는 뷰포트 가의 횡포를 까발리는 그라피티 예술가 나비스의 그림에 마음을 빼앗긴다. 항상 인장처럼 파리를 남기는 그는 분홍빛 자전거를 타고, 다양한 색깔의 솜사탕을 팔며 자신을 위장한다.

타일러는 아버지 몰래 이미 에덴시의 그라피티 예술가들을 돕는 메디치 역을 해왔다. 그는 나비스와 함께 에덴시를 그의 그림으로 도배하고 아버지의 권위에도 도전한다. 결국 클라인은 나비스를 포함한 그라피티 예술가들과 전쟁을 선포한다. 나비스의 그림이 그려진 벽은 떼어 내 경매에 붙인다.

뱅크시가 지난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자신의 회화 '풍선과 소녀'가 낙찰되자마자 파쇄하는 장면이 뮤지컬에서 재현되는 등 뮤지컬은 그로부터 영감을 받았음을 누누이 밝힌다.

또 타일러가 퍼플, 골드, 실버, 그린, 레드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라피티 아티스트와 함께 그림을 파쇄하는 과정은 영화 '이탈리안 잡' '오션스 일레븐' '도둑들' 같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 장르처럼 그려진다. 인류가 처음 그림을 그린 도화지는 '벽'이라는 사실 등 익숙한 상식 등도 계속 나열된다.

예술사에 돌연변이는 없다. '그라피티'는 요령부득, 완전한 새로운 창작에 골몰하기보다 기존에 익숙한 것들의 조합으로 이야기를 굴려나간다.

그러다보니 서사의 응집력이 떨어지고 진부하거나 유치한 대사(공연이 진행되면서 일부 수정됐다)가 나열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그라피티'. 2020.12.31. (사진 = 우리별이야기 제공) photo@newsis.com

하지만 연대와 화합을 지향하는 뮤지컬의 선한 태도는 빤함을 넘어서 현실의 척박함을 딛고 일어서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긴장 관계가 형성될 때, 시의적절하게 파고 드는 록 기반의 라이브 음악이 일품이다. 영국의 일렉트로닉 트립합 밴드 '매시브 어택' 멤버 로버트 델 나자가 뱅크시라는 설이 유력한데, 그라피티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인다.

그림을 다양한 각도로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철골 구조의 장치와 그를 떠받치는 회전 무대로 형성하는 공간감도 좋다. 영상과 투명막 등을 표현해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표현한 것도 탁월하다.

배우들의 호연에는 이견이 없다. 대학로 스타인 김종구의 나비스는 자신의 순진무구하며 지적인 매력을 이번에도 가져온다. 타일러를 연기하는 홍승안은 발견이라 할 만하다.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는 그는 발성와 가창이 안정됐다. 클라인 역의 윤석원은 베테랑 면모를 뽐내며 류지한, 김도현, 신은총, 이진우, 이지연 등 앙상블의 합도 좋다.

신인 작가 김홍기가 극작했다.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등 대학로 흥행 뮤지컬을 협업한 고참 창작진들인 추정화 연출, 허수현 작편곡·음악감독의 신작이다. 고재오 씨가 각색에 힘을 보탰다.

오는 1월3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두 칸 띄어앉기를 적용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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