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그사건]텔레그램의 악마들 'n번방-박사방'

정한결 기자 2021. 1. 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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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 감사합니다"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는 자칭 텔레그램의 악마가 포토라인 앞에 섰다. '박사방'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 조주빈(25)은 이내 "손석희 (JTBC) 사장님,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 시장님 등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345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는 없었다.

텔레그램, 트위터 등 음지로 숨어든 국내 성착취 범죄가 2020년 그 실체를 드러냈다. 약 9개월 간의 경찰 수사 끝에 밝혀진 피해자는 총 1154명, 피의자는 3575명에 달한다. 조주빈을 비롯해 이 사건의 주범들은 모두 중형을 선고 받았지만, n번방과 유사한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성 착취 '시초' n번방…어떻게 시작됐나
'n번방'은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텔레그램 대화방이다. 2018년 말 '갓갓'이라는 대화명을 사용한 문형욱(24)이 시작했다.

문형욱은 트위터 등 SNS에 있는 일탈 계정(자신의 성적 행위를 인증하는 계정)을 운영하는 청소년에게 접근했다. 문형욱은 경찰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 등을 요구했고, 이후 신상 유포를 협박하며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했다.

성 착취물은 피해자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n번방에 공유했다. SNS를 통해 모집한 공범이 피해자를 직접 방문해 성 착취 현장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하기도 했다.

갓갓은 2019년 2월 이후 종적을 감췄고 그 뒤를 이은 '켈리' 신모씨(32)도 같은해 9월 활동을 중단했다. n번방의 피해자는 50~60명으로, 제작된 아동성착취물만 3500여개에 달한다.

n번방 이어 박사방…제작에 이어 판매까지
박사방은 n번방의 영향을 받아 2018년 개설됐다. 조주빈 역시 SNS를 통해 고액 알바나 스폰서 광고를 미끼로 여성들을 유인해 신상정보를 빼냈다.

면접을 핑계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하여 보내도록 유도했으며 이후 신상 유포 등을 협박해 더 심각한 성 착취물 촬영을 요구했다. 조주빈은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했으며 신체에 특정 낙인을 찍게 하는 등 가학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피해자만 345명에 이른다.

조주빈은 이렇게 제작한 성 착취물을 돈을 받고 팔았다. 박사방에 들어가기 전 거치게 되는 '통로방'에서 성 착취물을 홍보해 구매자를 유인했다.

박사방은 총 3단계로 나뉘었는데 등급에 따라서 이용 가능한 콘텐츠는 물론 실시간 성착취에서의 역할에도 차이가 있었다. 단계별로 20~150만원 상당을 지불해야 입장을 허가했다.

성 착취물을 직접 제작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까지 시도한 점에서 n번방과는 차이가 있었다. 조주빈은 이를 위해 피해자 유인책, 개인정보 조회책, 관리책, 홍보책, 유료회원 모집책, 수익금 전달책, 수익금 수거책, 피해자 대면자 등 다양한 역할로 세분화해 박사방을 운영했다.

"악마의 삶은 끝났다"
조주빈은 범죄를 저지르면서 "잡히지도, 처벌 받지도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익명의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의 제보를 통해 n번방과 박사방의 실체는 수면 위로 떠올랐고, 경찰 수사 끝에 조주빈과 문형욱 등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주범들이 잡혔다.

포토라인 앞에서도 당당하던 조주빈은 법정에서는 저자세를 취했다. 그는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악마의 삶은 끝났다"면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조주빈은 1심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조주빈의 공범 5명은 징역 5~15년을, 문형욱은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문형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상태다.

성 착취 동영상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을 최초 개설해 운영한 '갓갓' 문형욱(24·구속)이 지난 5월 18일 오후 검찰 송치를 앞두고 경북안동경찰서에서 얼굴이 공개된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들만이 아니라 이를 구매하고 소지한 이들도 잡혔다.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이 9개월 간의 수사 끝에 단속한 건수만 2907건에 달한다. 총 3575명이 검거됐으며 245명이 구속됐다. 이 중 구매·소지자는 1875명에 이른다.

피해자만 총 1154명이 발생한 n번방 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유사 디지털 성범죄는 지금도 만연하다. 조주빈이 1심 선고를 받은 당일은 물론, 현재도 SNS에는 "희귀 (음란물)영상 팝니다" 등의 유사 n번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정보 이용 경로가 존재하고 아동 성착취를 가벼운 유흥으로 여기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n번방 유사 형태의 범죄행위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홍보·교육을 통한 자발적인 의식 변화와 함께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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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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