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마다하는 슈퍼루키..KT 소형준 "대한민국 에이스 향해, 올해도 직진" [새해 인터뷰]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1. 1. 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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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2020 KBO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KT 소형준이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밝은 얼굴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2021년의 포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KT 유니폼을 받아들고 프로 데뷔를 준비할 때는 1군에서 뛰는 것이 목표였다. 스프링캠프에 가서는 당찬 포부를 세웠다. 선발로 10승하고 신인왕을 차지하겠다고 했다. “꿈을 크게 잡아야 노력도 할 수 있다”며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소형준(20·KT)은 그 목표를 전부 이뤄냈다. 입단하자마자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고 13승(6패) 평균자책 3.86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신인왕을 차지했다. 데뷔 첫 시즌, 팀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역사적 첫 선발까지 맡는 영광까지 누리며 소ㅕㅇ준은 2020년 가장 성공한 만 열아홉의 상징이 되었다. 더 할 나위 없었던 2020년을 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2021년, 소형준은 이제 ‘슈퍼루키’가 아닌 ‘슈퍼 에이스’가 되기 위해 착실히 또 직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인왕 휩쓴 소형준입니다

한동안 무척 바빴다.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왕 5개를 휩쓸었다. 지난 21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소형준은 “상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시상식 끝나니 그런 기분은 또 다 잊어버리고 내년 어떻게 하나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시즌 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소형준은 수원 KT위즈파크 인근의 선수단 아파트에서 여전히 숙소 생활 중이다. 매일 야구장에 나가 운동하고 오후에는 ‘집콕 모드’로 돌아간다. 코로나19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니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 부모님이 계신 집에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다.

너무 잘 해버린 데뷔 시즌이 조금은 부담이기도 하다. 소형준은 “상 받고 인터뷰도 많이 하다보니 계속 잘 해서 이렇게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또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풀렸기에 다음 시즌 궁리를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잘 됐던 점과 안 됐던 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시즌 내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하나씩 해결해갔던 소형준은 2021년의 숙제 역시 이미 정해두었다.

처음으로 시즌을 끝까지 뛰다보니 후반기 힘이 떨어져 시즌 초반보다 직구 구속이 3~4㎞ 이상 떨어진 것은 가장 큰 숙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체력을 좀 더 다져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근력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커브가 주무기였던 소형준은 중반부터 새로 장착한 컷패스트볼을 앞세워 강력한 투수로 거듭났다. 강점인 변화구에도 숙제는 있다. 소형준은 “커터가 손에 아주 완벽하게 익지는 않았다. 좌타자 몸쪽에서 더 정교하게 제구할 수 있도록, 우타자에게도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게 던질 수 있도록 더 연습하려 한다. 커터 위주로 던지다보니 후반기에는 커브 감을 좀 잃은 느낌도 있었다”며 “지금 가진 것들도 아직 완전하게 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100%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며칠 지나면 투구 훈련으로 캠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100%를 위한 변화구 단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KT 소형준이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0 KBO리그 신인왕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완벽했던 2020년, 더 잘 하고픈 2021년

2020년을 한 마디로 정리해달라고 했다. 소형준은 “완벽했다”고 답했다. 2021년의 목표를 물었다. “그것보다 더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 전 목표를 세운 뒤 모두 실행한 2020년처럼 2021년에는 더 완전한 선발 투수가 되기로 목표를 정했다.

데뷔 첫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소형준은 6월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신인의 한계’라는 소리도 들었다. 잠시 엔트리에서 빠져 쉬면서 구위를 재점검하는 시간을 갖고 돌아온 뒤 보란듯이 이겨내며 보통 신인이 아님을 증명했다.

소형준은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한 2021년이다. 나도, 팀도 새해에도 2020년만큼 해야 할 것이다. 박경수 선배님이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하셨는데 나는 처음으로 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앞으로도 계속 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팀 5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개인기록은 작년만큼만 해도 좋지만 모든 부문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하고 싶다. 초반 이후 불안했던 지난 시즌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된 시즌을 보내면서 2년 연속 10승도 하고 이닝을 더 많이 던지겠다”고 말했다.

가을야구를 또 해야 할 이유 역시 확실하다.

소형준은 KT가 사상 처음으로 나간 포스트시즌의 첫 선발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아 6.2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가을야구 데뷔전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4차전에서는 중간계투로 나가 2.1이닝 1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나가자마자 선제 홈런을 맞았고 결국 결승홈런이 됐지만 이후 결코 무너지지 않은 위력투로 “보통 신인이 아니다”는 평가도 받았다.

경기 뒤에는 자책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선배들을 가슴아프게 했던 소형준은 “끝나고 관중석에 인사하는데 진짜 다 끝났다는 생각에 졌는데도 끝까지 박수 쳐주는 팬들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막 나왔다”며 “초등학교 때 운동하다 힘들어서 운 적 한 번 있는데 그 뒤로 처음이었다. 친구들도 ‘니가 울었다고?’ 하면서 아무도 안 믿었다”고 웃었다. 좋았지만 아프기도 했던 첫 가을야구의 교훈을 잘 새기고 있다. 소형준은 “선제 홈런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을 느꼈고, 지금도 그래서 졌다고 생각한다. 졌기 때문에 맞고나서 잘 던진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가을야구에서는 더 강해질 각오를 하고 있다.

2020 KBO리그 신인왕 소형준이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에이전트도 여친도, 나중에요

2020년, 한국 프로야구역사에 이름을 새겼지만 소형준은 아직 소년 티를 다 벗지 못한 갓 스물의 청년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유혹도 많을 때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며 앞만 바라보는 바른 신세대이기도 하다.

요즘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느냐는 물음에 소형준은 “연봉 협상”이라며 웃었다.

소형준은 KBO리그에 그렇게 흔한 에이전트 계약을 맺지 않았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이래 스타 선수뿐 아니라 젊은 백업 선수들도 모두 에이전시 계약을 해 연봉 협상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추세다. ‘슈퍼루키’를 에이전시들이 가만 둘 리 없었지만 소형준은 모두 정중히 사양했다. 소형준은 “아직은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연락 많이 왔었는데 나중에 하게 될 때 말씀드리겠다 하고 사양했더니 이제는 안 온다”며 “연봉 협상을 직접 하는데 처음이라 긴장이 좀 된다”고 웃었다. 첫 협상에 당연히 긴장은 하지만 소형준은 성적을 통해 2018년 신인왕 강백호(1억2000만원)를 넘은 역대 KT 2년차 최고 연봉을 사실상 예약해놓은 상태다.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는 지금,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도 대수롭지 않게 한다. 소형준은 “여자친구와 교제는 고1 때 이후 없었다.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아직은 야구선수로 자리잡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구선수로 성공하고 대한민국 에이스로 자라는 것이 꿈인 소형준은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 생각만 하는 애어른이다. 스스로를 ‘집돌이’라 부르는 소형준은 남는 휴식 시간에는 대부분 온라인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돌의 화려한 무대보다는 워커 뷸러,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같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화려한 탈삼진 동영상이 소형준의 ‘최애템’이다. 소형준은 “나는 삼진형 투수가 아니지만 그런 것을 많이 보면 마운드에서도 순간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이 된다. 2스트라이크 1볼 상황에 그런 영상 생각하고 던지면 공이 진짜 그렇게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새해 소원도 결국은 야구 얘기로 돌아간다. ‘에이스로 가는 길’이다.

소형준은 “첫째는 마스크를 빨리 벗는 것, 둘째는 그래서 도쿄 올림픽이 열리고, 셋째 내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에이스가 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내가 바라봐야 할 큰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성공을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을 안은 소형준은 코로나19로 또 개막이 연기되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경기장을 꽉 채운 팬들 앞에서도 던지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은 올림픽 개최와도 직결된다. 도쿄올림픽은 류현진, 양현종, 김광현의 뒤를 잇는 대한민국 에이스를 목표로 하는 소형준이 반드시 밟아야 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데뷔 첫시즌 내내 ‘류현진 이후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소형준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투수인 류현진 선배님과 비교되는 것은 내게 큰 영광이다. 선배님 가신 길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에이스가 내 목표다. 출발을 잘 했으니 2021년에도 착실하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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