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뜨겁게"..코로나 '한파' 녹인 기부행렬

최동현 기자 2021. 1. 1. 0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소외이웃에 연말 기부 행렬.."송년회 취소하고 모금"
송용덕 롯데 부회장 "자선단체 투명성 회복해야" 소신 발언 눈길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30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구세군 자원봉사자가 핫팩을 들고 종을 치고 있다. 2020.12.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정을 전하는 손길이 한파를 녹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된 취약계층에 선물 상자를 전했고, 현대백화점은 추운 겨울 끼니를 굶는 아동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줬다.

올 연말 구세군 모금액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지만 앞장서서 나눔과 기부를 실천한 '착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유통업계, 소외이웃에 기부 행렬…"송년회 취소하고 모금"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달 9일 롯데복지재단과 함께 전국 다문화가정 아동 1365명에게 '롯데 플레저박스'를 선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웃 간 소통이 멀어지면서 고립이 심화한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취지다.

'롯데 플레저박스'에는 마스크, 방한용품, 비타민, 레토르트식품 등 23종의 겨울철 생필품이 담겼다. 플레저박스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직접 다문화가족지역센터와 다문화가정에 전달한다.

롯데지주는 지난 2013년부터 주변 이웃에게 맞춤형 지원물품을 전하는 '롯데 플레저박스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번 다문화가정 플레저박스 지원으로 누적 지원 규모는 5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서울연탄은행 앞에서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왼쪽 두번째)과 허기복 서울연탄은행 대표(왼쪽 세번째)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뉴스1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1일 결식 우려 아동을 위한 식사 제공 지원금 1억5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번 지원금은 내년부터 서울 지역 18세 미만 결식우려 아동 500명에게 전달된다. 겨울방학 기간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들은 향후 6주간 가정간편식(HMR) 5~6끼로 구성된 '식사키트'를 받을 수 있다.

삼양그룹도 지난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성금 3억원을 내놨고, 풀무원은 전국 비영리단체 세 곳에 총 7000만원 상당 기부금을 전달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시가 6억원 상당의 미샤·어퓨 화장품 6만1000여점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도 했다. 기부 화장품은 아름다운가게의 전국 110개 매장에서 판매하며, 수익금은 독거노인·조손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사회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연말 송년회를 취소하고 행사대금을 이웃에 쓴 회사도 있다. 전통 막걸리 제조업체 지평주조는 지난달 30일 송년회비 73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 쾌척했다. 지평주조 전 임직원은 송년회 대신 뜻깊은 일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의견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시멘트는 장성장학회 기탁금 1000만원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을 장성군에 기부했다. © News1 박영래 기자

◇중소·중견기업도 기부금 쾌척…현대百, 연탄지원금 확대

코로나19 발(發) 불황을 직격타로 맞았던 중소·중견기업도 연말 나눔 행렬에 적극 동참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무환경 전문 기업 퍼시스는 지난달 3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코로나19 지원금 10억원을 기부했다. 고려시멘트는 지난달 29일 장학금1000만원과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을 전남 장성군 장성장학회에 기탁했다.

홈앤쇼핑도 지난달 30일 아름다운가게에 2억1700만원 상당의 TV홈쇼핑 판매제품을 현물로 내놨다. 기부 현물에는 Δ뷰티·패션 상품 Δ마스크 Δ손소독제 등 총 22개 품목으로, 판매 수익금은 전액 저소득 가구의 기초생활 지원 사업 및 사회경제적 취약 가구의 자립 기반 조성에 쓰일 예정이다.

달동네의 상징인 '연탄'도 올해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9일 서울연탄은행에 연탄 37만장 상당의 연탄나눔기금 3억원을 지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연탄 기부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부금액을 전년보다 확대했다. 연탄나눔기금은 서울시내 소외계층 1300여 가구에 300장(2개월분)씩 전달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서울연탄은행에 연탄나눔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올해 전달된 연탄나눔기금까지 포함해 10년간 기부한 연탄나눔기금은 약 18억원으로, 연탄으로 환산하면 234만장에 달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진행한 이번 사회공헌활동이 소외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소외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중구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코로나 위기, 나눔으로 이겨내요!'를 주제로 열린 제30차 목요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목요대화에는 정 총리를 비롯해 가수 노사연, 양준혁 야구해설위원, 뮤지컬배우 박인영, 허인 KB국민은행장,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김영재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이태영 유포니움연주가, 장만희 구세군한국군국 사령관, 김진향 작가가 참석했다. 2020.12.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자선단체 투명성 회복해야"…송용덕 롯데 부회장 소신 발언 눈길

점점 차가워지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자선단체 회계 투명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은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나눔기부 문화가 확산하려면 정부가 자선단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홍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부회장은 이날 '코로나 위기, 나눔으로 이겨내요!'를 주제로 열린 제30차 목요대화에 참석해 "기부 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이 동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 국무총리가 '나눔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느냐'고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작심한 듯 소신을 쏟아냈다.

송 부회장은 "TV 채널을 보면 많은 자선단체 광고가 나오고, 전화 한 통이면 손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와 채널이 있다"면서 "하지만 기부를 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거기다 하지 말아'라고 한다, 이유를 물으면 "80% 가까이는 관리비로 쓰이고, 실질적으로 가는 돈은 20%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기부의 필요성과 의지가 있지만, 정작 자선단체의 투명성을 신뢰하지 못해 기부를 주저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5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후원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송 부회장은 "(자선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사실상 기부가 손쉽지가 않다"며 "투명성에 대한 홍보, 즉 우리가 모금하는 돈이 어려운 분께 간다는 홍보 활동이 병행된다면 많은 국민께서 기부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정부기관도 같이 홍보를 해주면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당부했다.

정 국무총리는 송 부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부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기부 문화가) 더 확산될 것"이라며 "정부는 나눔 활성화 정책을 통해 나눔이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