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업종별 3대 키워드]①소비자 '변심'에 '변신'하는 유통家

신건웅 기자,최동현 기자 2021. 1. 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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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통합에 긱 이코노미 성장까지.."변화의 연속"
편의점만 가면 뭐든지 'OK'.."안 파는 것이 없다"
라이브방송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최동현 기자 = 2020년이 코로나19로 소비 행태가 급변한 해였다면 2021년은 한 단계 더 진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해진 생존 경쟁에 온·오프라인 통합이 더 가속화하고 편의점의 판매 품목은 더 다양화될 전망이다. 슬기로운 슬세권 생활이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더 다양한 모습으로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근길 맛집에 들러 이웃에게 음식을 배달해 주는 이들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언택트만이 살길"…온·오프라인 통합의 시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코로나19가 완화된다고 해서 크게 한번 넘어간 유통의 주도권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넘어오긴 힘들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추정한 2020년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는 연간 18.7% 성장한 160조5000억원, 2021년은 연간 15.4% 성장한 185조2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네이버와 쿠팡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두 회사의 거래액은 2020년 각각 29조원과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업체들도 변화에 나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팔고 온라인 바람에 편승했다. 이른바 '커머스 시프트'(Commerce Shift)다. 그동안 추구했던 생존방식이나 경영전략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의미했던 O2O(Online to Offline)에서 '통합'의 OMO(Online Merges Offline)로의 전환이다. 오프라인의 체험을 온라인에서도, 온라인의 편리함을 오프라인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2021년의 소비자는 2020년과는 다른 제품을,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방송(라방)은 OMO 서비스의 대표 주자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고도 모바일이나 온라인에서 상품을 보고, 궁금한 점을 묻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커머스는 물론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판매 중인 상품을 실시간으로 라이브방송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판매 상품도 먹거리와 옷은 물론 가전, 자동차, 오피스텔까지 확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3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익스프레쓱 © 뉴스1

이커머스의 약점을 오프라인이 보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SSG닷컴 상품 픽업 전용 공간인 '익스프레쓱'(EXPRESSG)을 만들었다. 이커머스에서 주문한 상품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옷을 입어보는 피팅룸이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 수선과 교환까지 현장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서비스 진화를 위한 동종·이종 업계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잡았으며,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제휴를 맺었다. 또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합병을 결정했고 롯데는 유통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한 곳에 모은 통합 쇼핑몰 롯데온을 출범했다.

메조미디어 관계자는 "온라인이 곧 오프라인, 오프라인이 곧 온라인이 되는 온·오프라인 통합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대형 유통기업들의 온·오프라인 통합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GS25직원이 LG 클로이 서브봇에 주문 받은 상품을 적재하고 있다. /뉴스1

◇ 슬기로운 편의점 생활…"옷·가전 사고 적금도 가입한다" 

편의점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학교와 관광지에 손님이 끊기면서 매출이 부진했다.

다만 편의점들이 손님이 줄어든 것을 그냥 보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해 "이런 것도 팔아?"라고 말할 정도로 품목을 확대했다. 소비자들이 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전략이다.

배달서비스에 택배는 물론 휴대폰 개통, 보험 판매, 적금 판매, 패션 의류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백화점에 가야 살 수 있던 명품 판매다. GS25은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점에서 해외명품 상시 판매를 시작했다. 구찌·버버리·생로랑 등을 선보인다.

앞서 SC제일은행과 손잡고 '퍼스트 가계적금' 상품도 내놨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현금서비스는 물론 금융 상품 가입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CU도 DGB대구은행과 최고 금리 2.7%의 적금을 판매한 바 있다.

이마트24는 선물용으로 좋은 '내 지갑 속 과일'과 '골프 문화 상품권' 등 이색 선불형 기프트 카드를 선보였으며, 미니스톱은 배달과 포장 주문에 특화된 소형 점포를 열기도 했다. 서울 신촌역 인근에 자체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수퍼바이츠'를 통해 햄버거와 소프트아이스크림·치킨·커피 등 40여가지 메뉴를 판매한다.

독특한 서비스도 있다. GS25는 세탁 업체 세탁특공대와 손잡고 서울과 경기 매장에서 세탁서비스를 시작했으며, LG사이언스파크 내에 있는 점포에서는 'LG 클로이 서브봇'(딜리오)을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로봇 배송 시범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CU는 AJ네트웍스와 손잡고 무인 복합기 서비스를 설치해 복사·인쇄 등 간단한 문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점포를 확대 중이며,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의 휴대폰 보조배터리 대여·반납 서비스인 '코끼리박스'를 운영 중이다.

그동안 은행이나 대형마트, 세탁소, 백화점 등을 가야만 할 수 있던 일들이 편의점에서 모두 가능해진 셈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진화다. 소비자들은 멀리 갈 필요 없이 가까운 점포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도 판매 품목 등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전문가도 투잡 뛰는 '긱이코노미'

코로나19는 긱 이코노미 시장을 키웠다. 긱 이코노미는 한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대신 시간이나 자산을 유연하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경제 활동이다.

주로 공유경제로 이어진다.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와 집이 비었을 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실업률이 치솟았고, 동시에 언택트(비대면) 수요도 폭발하면서 긱 이코노미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 일거리가 급한 실업자와 휴직자가 북적이고, 배달 주문이 전례없이 늘면서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에 '긱 이코노미' 시장이 급성장을 이룬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 중 하나가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커넥트'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이다. 배달 경험이 없어도 도보, 자전거, 킥보드를 타고 배달할 수 있다.

12월 기준 누적 등록 인원 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1만명을 달성한 이후 1년 만에 5배 이상 급성장했다. 실제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활성 커넥터(배달원)는 약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롭게 시간을 정해 택배를 배달하는 '쿠팡플렉서'도 일 평균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GS25는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도보 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선보였고, CU도 10월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 시작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긱 이코노미는 '전문가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프리랜서 플랫폼 '숨고'와 '크몽'이 대표적이다. '한국판 업워크'(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로 불리는 '숨고'는 올해 서비스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188.98% 급증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1년에도 긱 이코노미 경제의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긱 이코노미의 근간에는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즉 소비자중심 경제 원리가 있다"며 "경제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하는 흐름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인공지능(AI)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점점 도래할수록 '직장'과 '근로'의 개념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주5일 근무제가 주3일 근무제로 바뀌고, '평생직장'이라는 관념이 사라진 시대에는 투잡, 스리잡을 당연하게 하는 '긱 이코노미'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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