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왕' 장준, "멋진 '찍기'로 새해 청사진 찍어요"

김창금 2021. 1.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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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21 올림픽][도전! 2021]
1m83 장신의 다양한 공격력 58kg급 최강
코로나19 파행에도 올림픽 꿈 향한 훈련
"진다는 생각 안 하지만, 조심 또 조심"
7월 도쿄올림픽 향한 눈빛 강렬
2021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국가대표 장준이 지난달 28일 충남 홍성중학교 체육관에서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홍성/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태권도는 직선인가? 곡선인가?

장준(20·한체대)이 보여준 멋진 돌려차기 시범에 스포츠의 예술성을 본다. 이를테면 무예 동작이 춤을 연상시키는 것과 같다. 쭉 뻗어 정점에서 멈춘 직선의 발은 회전이라는 곡선을 통해 완성된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품고 상상처럼 펼쳐지는 몸동작에 팬들이 태권도에 빠지는 게 아닐까.

세밑인 12월28일 오후 충청남도 홍성중학교 체육관 2층. 정돈된 매트와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장준의 분위기가 차가운 겨울 햇살 속에 어울린다. “휴가받아서 고향 집에 왔는데, 쉬면 안 될 것 같아서 모교에 나와 훈련하고 있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 남자 58㎏급 랭킹 1위, 세계태권도연맹 올해의 선수(2019년), 월드컵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2018년). 20살 청년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하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그게 끝이 아니고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그러면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다시 훈련한다. 영원히 부족한 것 같다. ‘잘해야지’ 하는 생각에 참고, 이기면서 더 재미를 느끼려고 한다.”

더욱이 예정대로라면 2021년에는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1m83의 큰 키에서 나오는 발차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내려차기, 돌려차기, 후려차기 등이 모두 상대 머리를 겨냥한 고공 동작에서 나온다. 머리 부위 타격 시 3점, 몸통을 회전하면서 타격 시 5점의 고득점은 승패에 결정적이다.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국가대표 장준이 지난 28일 충남 홍성중학교 체육관에서 발차기를 하고 있다. 홍성/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그의 현란한 발동작을 확인할 수 있다. 공격하다가 서로 몸을 잡는 근접전 상황에서도 좁은 공간을 뚫고 상대방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를 지도하는 정광채 한체대 교수는 “보통 키가 크면 동작의 민첩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장준은 장신임에도 스텝이 워낙 좋다. 발이 길지만 그의 발차기 속도는 상대 선수에게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두뇌 싸움은 기본이다. 장준은 “2분 3회전에서 체력도 많이 필요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공격할지, 어떻게 막아야 할지 생각하는 데도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고 소개했다.

물론 그도 천하무적은 아니다. 2019년 말 모스크바 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비토 델라킬라에 패하면서 국제대회 무패행진(23연승)이 깨진 것은 뼈아팠다. 그는 “세계랭킹 톱5 선수들은 누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때 몸이 안 좋기도 했지만, 패배하면서 크게 각성했다”고 돌아봤다. 정광채 교수는 “상대 선수들은 세계 1위 장준에 대한 분석을 완벽하게 하고 나온다. 더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 훈련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부상을 줄이기 위함이다. 특히 훈련 전후 반드시 해야 하는 스트레칭은 매우 중요하다. 부상 관리에 뛰어난 장준은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차다가는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 등의 인대가 끊어질 수 있다”고 했다.

새해부터 훈련은 올림픽을 겨냥해 이뤄진다. 정광채 교수는 “7월 올림픽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1~2월은 달리기·계단 오르기·근력 운동 등 체력 보강에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태권도협회 신임 집행부가 출범하고, 경기력 향상위원회가 구성돼 대표팀 소집 일정이 확정되면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수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시대의 불확실성은 쑥쑥 커나가는 그에게도 시련을 안겼다.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었고, 8개월간 학교에서 훈련해야 했다. 체육관마저 폐쇄되면서 한 달 가량 휴가를 받은 것도 이례적이다. 하지만 워낙 냉정한 장준은 흔들림이 없다. 그런 평정심은 “대련할 때 진다고 생각하며 들어간 적이 없다”거나 “세계 1위가 됐을 때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는 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축년 21살이 되는 그에게 새해 인사말을 부탁하자, 내성적인 그는 “올림픽에서 멋진 ‘찍기’(내리차기)로 좋은 소식 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이미 도쿄를 향하고 있었다.

홍성/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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