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청산' 키움, 새해엔 오롯이 야구로 주목받을 수 있을까

고유라 기자 2021. 1.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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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의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기 모습.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한 해도 빠짐없이 '내홍'이 발목을 잡았던 키움 히어로즈가 2021년 새해에는 야구로만 주목받을 수 있을까.

키움은 2018년 2월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수십억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4년형을 받고 구속된 뒤로 매년 경영 이슈에 시달렸다. 2008년 구단을 창단한 뒤 경영을 홀로 좌지우지해온 이 전 대표이사는 법정 구속으로 KBO의 야구단 관련 활동 영구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에도 매일 직원 면회를 통해 구단 업무에 관여하는 '옥중 경영' 의혹에 휘말려 다시 KBO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여기에 내부 관계자의 고소 및 구단 맞고소 등 내홍이 이어지자 KBO는 2018년 12월 구단에 경영 관리 개선안을 요구했다. 이 전 대표의 경영 이슈에 더이상 발목잡힐 수 없던 키움은 허민 전 고양 원더스 구단주를 구단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외부 경영자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구단 경영을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허 의장까지 '구단 사유화 논란'을 빚었다. 허 의장은 지난해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선수들을 자신의 야구 취미에 활용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는데, 지난해 6월에도 2군 선수들을 불러 캐치볼을 하거나 타석에 서게 하고 공을 던지면서 '구단 재산인 선수들을 제멋대로 부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허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할 당시부터 이 전 대표에게 구단 지분 매각 의사를 물었다. 구단을 인수할 의지가 있었다는 셈이다. 여기에 키움 구단의 사실상 구단주였던 이 전 대표의 부재로 구단의 콘트롤 타워가 없어지자 허 의장은 구단의 실질적인 수장이 됐다. 허 의장은 지난해 말 손혁 전 감독의 선수단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방 원정 중이던 손 전 감독을 서울에 부르기도 해, 시즌 종료 12경기를 남겨놓고 감독이 사퇴하는 '악재'를 초래했다. 결국 키움은 3위에서 5위로 순위까지 뚝 떨어졌다.

허 의장의 커져가던 욕심은 지난달 벌어진 이택근의 고발로 사그라들게 됐다. 이택근은 KBO에 구단 및 구단 관계자 징계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선수들이 더이상 그들의 (게임) 카드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이 경영 분쟁 때문에 경기력까지 영향을 받는, 프로야구의 본질을 해치는 그 행위를 그만두라는 말. 한국은퇴선수협회,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등도 힘을 보탰다. KBO는 2군 캐치볼 사건이 벌어진지 1년반이 지난 지난달 28일 허 의장에게 2개월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 허민 키움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허 의장은 지난달 31일 사과문을 내고 "과거 훈련 외 시간의 비공식적 투구와 관련해, 불편함을 겪었을 선수 및 야구 관계자 분들 그리고 KBO리그의 근간인 팬 분들께 늦게나마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직무정지 기간 이후 구단 이사회 의장 본연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오늘 발표된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된다면 책임경영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허 의장은 직무가 정지됐지만 키움은 같은 날 백종덕 사내이사 겸 의장대행의 주재로 이사회를 열어 허홍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다시 경영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다. 대표이사가 2주 뒤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공식 업무에 착수할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공석이던 감독도 새로 정할 수 있다. 키움이 뒤늦게나마 2021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할 일은 많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나 그 뒤를 메워야 한다. FA 투수 김상수도 기다리고 있다.

키움은 2008년 창단 때부터 모기업이 없는 태생의 한계에서 비롯된 재정 빈곤에 시달렸다. 공식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할 때도, 선수를 트레이드해 '목숨'을 연명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은 열심히 야구를 하며 미래를 꿈꿔왔다. 그러나 점점 KBO리그에서 볼 수 없던 경영 분쟁에 선수들까지 이용당하면서 지쳐가고 있다. 허 의장의 약속대로 키움 선수들이 새해에는 오롯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선물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제보> gyl@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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